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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만 굴리던 생각은 대개 금세 사라진다. 잡았다 싶으면 이미 모서리가 닳아 버리고, 남는 건 흐릿한 기분뿐이다.
그런데 써보면 다르다. 글자로 옮겨 놓는 순간,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비로소 형태를 얻는다. 생각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두려움이었구나. 불만이라고만 여겼는데, 돌이켜보니 서운함이었구나. 써야만 알 수 있다.
글쓰기는 마음을 낚아채는 일 같다. 보이지 않는 강물 속에서 손끝으로 겨우 건져 올리는 것. 건져 올리고 나서야, 내가 이런 걸 품고 있었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쓰는 사람은 자꾸 쓴다. 잘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놓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