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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의 법칙' 이라는 말 앞에 붙는 단어의 후보군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행운의 총량, 고생의 총량, 슬픔의 총량. 어떤 단어가 앞에 오든지 간에 공통점은 하나다. 인생을 통틀어 한가지의 무엇으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며, 그것의 양은 정해져 있다는 것. 무한히 그것이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
좋은 것일수록 그것으로만 가득 차 있는 인생이 신나고 행복할 것 같지만 과연 그럴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또 그런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삼시세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먹다보면 물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멋지고 감동적인 경험도, 그것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그 감흥이 무뎌질 것이다.
반대로 고통스럽고 힘든 나날들이 계속된다면 과연 이 캄캄한 나날들의 끝이 있기는 한걸까 참담한 마음이 든다. 어떻게 해도 무언가 나아지지 않고, 끝은 커녕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나날들. 하지만 '총량의 법칙'을 떠올리며 이미 내 생에서 정해진 고통의 총량 중에서 대부분을 지금 소진하고 있다 생각한다면. 그나마 조금은 지금을 버텨낼 희망이, 기댈 언덕이 생겨나는 기분이 든다.
딱히 논리적이지도, 수학적 분석을 맹신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이것 하나만은 물리학적이고 수학적인 사고에 기대어 보고 싶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나의 인생은 모든 분야에서 표준분포 곡선을 그리며 나아가고 있다고 믿으면 조금 버틸만 해 질테니까.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주어진 각 각의 주머니 속에서 마치 랜덤 뽑기처럼 하나씩 뽑아가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그래도 모든 것의 총량은 공평히 나누어져 있으니, 좋은 패가 나왔을 때는 순수하게 온전히 기뻐하고 나쁜 패가 나왔을 때는 언젠가를 기약하며 덤덤히 버텨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