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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는 늘 조용히 숨 쉬는 맹수가 있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끔 불현듯 고개를 든다. 누군가의 말 한 줄, 사소한 불편, 예상치 못한 고독 같은 것들이 그를 깨운다.
그 맹수는 성을 내기도 하고, 두려움에 웅크리기도 한다. 나는 종종 그를 미워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순간도 많았다. 내 안의 맹수는 내가 무너질 때 대신 울부짖어주고, 내가 주저앉을 때 마지막까지 등을 곧게 세워준다.
결국 나는 그 맹수를 쫓아낼 수 없다.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날뛰면 다독이고, 숨으면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알게 된다. 내 안의 맹수는 결코 나를 해치려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끝내 지켜내려는 또 하나의 나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