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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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라는 말에는 따뜻한 인내가 묻어 있다.

크게 내색하지 않아도, 조용히 조금씩 변해가는 모든 것들을 품는 말이다.


나는 종종 조급해진다.

빨리 나아지고 싶고, 눈에 띄게 달라지고 싶다. 그런데 삶의 대부분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좋은 관계도,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도,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대신 시나브로 이뤄진다.

조금 더 참는 사이에, 조금 더 이해하는 사이에, 마음의 온도가 천천히 바뀐다.


그 속도를 억지로 재촉하지 않아도 괜찮다.

언젠가 문득,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게 될 때

그제야 알게 된다.

아, 나는 시나브로 자라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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