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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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자기 보호 본능에 가까운 습성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직면한 상황을 +,- 제로로 상쇄할 수 있는 반대의 경우를 함께 상상 해 본다는 것.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매일 습관적으로 응모하는 카드 앱의 숫자 로또가 있다. 기껏해야 꽝이거나 숫자 하나 정도 맞추는게 일상이지만 처음으로 모든 숫자를 맞추어 1등에 해당되는 포인트가 당첨되는 순간, 나에게 이런 행운이! 하고 깜짝 놀란다. 하지만 곧 0.1초만에 이렇게 오늘 예상치도 못한 행운이 있었으니 비슷한 크기의 예상치 못한 실망거리가 곧 생겨나리라 생각하며 들뜬 마음을 다잡는다든지. 반대로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속도 위반을 했다는 고지서가 날아들어와 나를 벙찌게 만들었을 때에는, 이 고지서가 언젠가 내가 당했을지도 모를 황당한 사고의 액땜용이었으리라 퉁쳐버리는 식이다.

빛과 그림자는 마치 분리하여 존재할 수 없는 세트와도 같다. 빛이 비추는 모든 곳의 반대편에는 그림자가 존재하며,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빛의 존재를 전재하는 것이므로.

인생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빛이 환하고 눈부시다고 하여 빛만 좇으며 바라보다 보면 눈이 부셔 더 이상 눈을 뜰 수가 없을 지경일 것이다. 반대로 그림자 속에 숨어 어두컴컴한 그늘에 잔뜩 웅크린 채로만 있다면 몸과 마음은 점점 더 쪼그라들어 갈 지도 모른다.

결국 빛과 그림자는 양 극단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빛과 그림자는 늘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그 둘의 균형을 잘 맞추어 가면서 내 안의 빛과 그림자들과 사이좋게 잘 어울려 살아가는 것. 그것이 시시각각 울렁이며 흘러가는 인생을 좀 더 지치지 않게, 괴롭고 힘들지 않게 만들어주는 방법들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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