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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거의 모든 종류의 OTT를 구독하고 있는 OTT 콜렉터에 가깝기 때문이다. 극도의 내향인이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가득한 나. 각종 컨텐츠들이 넘쳐나는 그 곳들은 나의 욕구와 니즈를 다채롭게 충족시켜 준다. 입은 짧지만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뷔페나 샐러드바가 안성맞춤인 것과 비슷하달까.
사실 워낙 한가지 OTT내에서도 무궁무진한 컨텐츠들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그 안에서도 내가 찾아 보는 것이래봤자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의 갯수일 뿐이다. 내가 조금만 더 경제관념이 투철하고 호기심을 이성적 사고로 계산하여 합리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구독부자가 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인간은 합리화의 동물이 아니던가. 거친 사회생활의 풍파에 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손가락 터치 몇번으로 bgm처럼 무념무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들. 안그래도 애써야 할 것들로 넘치는 세상살이에서 좀 편하게 나를 달래주는 방법이잖아. 커피 몇 잔 (실은 좀 많이) 덜 마시고 옷 하나 덜 사입자 (실은 꼭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는 내 방식대로의 합리화로 내 아이패드 바탕화면의 앱들을 누비고 있다.
내가 구독한 것들이 나에게 주는 의미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거창하고 대단한 의미는 아닐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좋아하고 흥미로워하는 것들의 바다 속에 풍덩 빠져 마음껏 허우적댈 수 있다는 것. 비록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창작물들 속에서 비판적 사고의 필터 없이 빠져드는 순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뭐 어떤가. 어디서 언젠가 보았던 나의 구독리스트들 중의 한 장면이,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어서 이번 주 환승연애를 복습하러,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