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과 사라져버린 것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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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잃어버린 다는 것은 항상 '사건의 발생'과 잃어버렸음을 '깨닫는 순간'의 시차가 존재한다. 무엇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내가 그것을 알아차린다면 정말로 잃어버릴 수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잃어버린다는 것'은 의지를 지닌 주체적인 행위라기 보다 현상에 대한 자각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일상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음을 깨닫는다. 어디서 두고 내렸는지 모를 나의 작은 짐가방. 마트에서 계산을 한 뒤에 어디서부터 종적을 감추었는지 가물가물한 신용카드. 공원을 걷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치 증발한 것처럼 없어진 가방의 자그마한 키링도.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그들을 목격한 마지막 지점으로 돌아가 보았을 때의 경우의 수는 두가지이다. 마치 내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가만히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거나, 아무리 기억속 장면을 더듬어 찾아보아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거나.


하지만 실은 그 두가지 경우의 수는 한 가지 사실에 수렴한다. 비록 잃어버린 그것이 내 시야에 있지는 않지만, 이 지구의 하늘 아래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다는 것. 지금 나의 시간 속에서 잠깐 자취를 감추었을 뿐, 이 세상 어딘가에 어떤 모습으로든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잃어버린 것이지, 완전히 사라져버리지(disappear) 않았다는 것.


아 -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왠지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살아오며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언젠가 나의 삶 속에서 내가 언제 종적을 감춘 적이 있었냐는 듯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내 앞에 불쑥 나타날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는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잠시 부재중이라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살아오며, 살며, 살아가며 많은 것들을 잃었고 잃고 있으며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게 아깝고 절망적이거나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사라지지 않는 한, 분명히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을 테니까. 꼭 그럴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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