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뒤를 돌아볼 때가 있다.
누가 날 부른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 기분이 들 때.
그럴 때면 잠깐 웃음이 난다.
아, 또 내가 나를 불렀구나 싶어서.
요즘 생각해보면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건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갑자기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지는 마음,
산책 나가고 싶은데 귀찮아서 미루다가
결국 신발을 신게 만드는 작은 충동,
아침에 일어났는데 뜬금없이
“오늘은 좀 부드럽게 살자”라고 속으로 생각하게 되는 그런 순간들.
이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울리는 천둥 같은 외침도 아니다.
그냥 내 하루 사이사이에 스며든
아주 사소한 신호들이다.
근데 이상하게, 이런 작은 소리들이
나를 가장 정확하게 이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방향을 정해주는 큰 목소리를 기다리지만
정작 매일의 나를 움직이는 건
“잠깐 쉬어도 돼”,
“오늘은 이 길로 가볼까?” 같은
가벼운 속삭임들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자꾸 불러주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도 나고,
나에게 맞는 타이밍을 제일 잘 아는 사람도 나니까.
오늘은 그 소리가 이렇게 들렸다.
“괜찮아, 한 박자 늦어도 돼.”
그래서 나도 대답해줬다.
“응, 들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