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알고리즘을 꿈꾸며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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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섬뜩해진다. 망설여지기도 한다. 아무생각 없이 실행시킨 유튜브 첫 화면에 뜬 수많은 썸네일들이 마치 내 머릿속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지금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이미지 파일로 캡쳐하여 차트로 촤라락 펼쳐 놓은 것만 같다. 인스타그램 피드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쩌다 한 번 눌러 본 피드, 아무 생각 없이 궁금해져 검색해 본 계정의 게시물들 까지도. 어쩜 이렇게 귀신같이 내 눈앞에 큐레이션 해 두었는지.

가끔은 이 모든것들이 친절과 편리함을 넘어 두려워진다. 내가 이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고 생각한 알고리즘의 과도한 충성심이, 오히려 나를 필요 이상의 정보들의 파도 속에 떠밀어버리고 있는 것만 같다. 당신은 지금 이런 것들을 원했잖아. 그러니까 이 세계 속에서만 존재해야 해. 더 깊이 오래 파고들어야만 해. 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누군가의 보여지는 말과 행동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앱을 실행시켜 보는 것이 더 손쉬울 지경이다. 가끔은 SNS나 검색엔진을 실행시키기 전에 주위를 한 번 힐끔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바로 옆사람의 피드를 지배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이미지들을 보며 마치 누군가의 민낯을 본 것처럼 괜히 내가 민망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편리하고 유용하다고 생각했던 알고리즘의 달콤함 속에서, 나는 이제 한발짝 물러나고 싶다. 조금은 불편하고 발품을 팔게 될지 모르겠으나 내가 원하는 것들을 좀 더 스스로 시간과 공을 들여 찾아나서보고 싶다. 누군가 나의 취향과 성향을 고려하여 고심해서 골라놓은 컬렉션도, 내 입맛에 꼭 맞는 코스요리도 좋지만 직접 내 발로 걸어가 내 입으로 맛 본 뒤에 찾아낸 나만의 맛집이 더 의미가 있다. 가끔은 그 과정들 속에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낭비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실패와 우연의 순간이 나에게는 또다른 취향의 발견과 경험을 가능케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나만의, 나로 인한 것들로 채워지는 나의 삶.

그것을 위해 탈알고리즘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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