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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노래를 끝까지 듣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도입부의 멜로디만으로도 곡의 분위기를 짐작했고, 간주를 지나 가사가 시작되기까지의 시간은 늘 설렘으로 채워졌다. 한 곡이 끝날 때쯤이면, 그 음악 안에 잠시 머물다 나온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곡을 들을 때면 마음이 먼저 조급해진다. 언제쯤 본격적으로 시작될까, 지금 이 간주를 온전히 견딜 여유가 있을까. 나도 모르게 간주점프 버튼에 손이 간다. 집중하지 못한 채 음악을 흘려보내고 나면, 어딘가 놓치고 온 것 같은 찜찜함이 남는다.
그제야 알게 된다. 음악 한 곡을 끝까지 듣는 데에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체력은 꼭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에 더 가깝다는 것도. 마음의 에너지가 충분할 때에야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간주점프를 하지 않기로 한다.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조급해지지 않고 들어보기로. 간주를 견디는 일은 어쩌면 마음에 여유를 되돌려 놓는 가장 작은 연습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다시, 아무 것도 건너뛰지 않고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