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식은 커피의 차가움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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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아닌 커피의 차가움이라니.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여름에도 뜨끈한 걸 들이켜야 마음이 평온해지는 골수 뜨아파라고 칭할

수 있겠다. 스타벅스에서 사이런오더로 주문을 할 때에도 꼭 매우 뜨겁게를 체크하는 편.

물론 이따금 차가운 음료를 주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왠지 그럴때마다 외도라도 하는 것처럼 영 마음이 불편하다. 갑자기 내 몸 속에 침입하는 차가운 기운. 두피가 쪼그라드는 듯한 기분과 함께 팔꿈치에 조그맣게 돋아나는 소름에 눈을 질끈 감게 된다.

그래서 나는 늘 카페에서 음료를 단숨에 들이키는 편이다. 이유는 명료하다. 조금이라도 더 온기를 품고 있을 때 마시고 싶기 때문. 좀 느긋하게 한 모금 한 모금 머금으며 우아하게 마시고 싶지만, 결국 컵을 두 손에 움켜쥐고서 마치 국밥 한사발 하는 것 마냥 커피를 들이키고 있다. 나의 추구미는 이게 아닌데…

그래서 이젠 의식적으로 노력해보고자 한다. 식어가는 커피의 사라져가는 온기를 애닳아하지 않기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움 대신 차분해진 커피의 온도도 좋아해보기로. 분명 내가 지금까지 놓지 못하고 있던 그 것과는 또 다른 무드와 매력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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