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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빠와 제법 나이 터울이 나는 둘째로 태어났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일반적인 어린 막내딸의 이미지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무엇이든 처음인 만큼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자란 오빠와 달리 나는 꽤 독립적으로 성장했다. 부모님의 사랑에 차이가 있었다기보다, 애정과 무관하게 무엇이든 다 챙기고 관심을 쏟으시기보다는 내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셨다는 의미이다. 자연히 나는 나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고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멀리 내다보면 그런 부모님의 양육관이 어른이 되어서의 삶의 태도에 무척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결국은 인생에서 모든 결정은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실은 그 시절 어린 나는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가끔은 칭얼거리면서 엄마아빠의 과한 간섭에 반항도 해 보고 내가 알아서 할거야! 하고 방문을 쾅 닫으며 씩씩거리기도 해보고 싶었던 어린 마음이랄까. 철없는 막내딸 코스프레라도 왜 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면 또 쓸데없이 잘 장착되어있던 모범생 DNA 때문이었겠구나 싶다.
모든 부모님들께 무슨 소리냐는 핀잔을 들을 각오를 하고서 소신 발언을 해 보겠다. 아이는 아이답게 조금은 철없어도 좋지 않을까. 마음껏 칭얼거리고 의지하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는 어리다는 핑계를 댈 수 있는 아이시절 밖에 없으니까. 살아가며 더욱 무거워질 책임의 무게를 가불로 미리 떼어 짊어질 필요는 없으니까.
이상, 뒤늦게 가끔씩 퇴행현상을 겪고 있는 어른의 소신 발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