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 듯이, 소심한 반항

by 휴운

*

천성이 순하고 착하고 바르다기 보다, 그저 소심에 가까운 평화주의자라 스스로를 정의하고 싶다. 그저 격한 감정 표현을 지양하는 것이라고.

소심, 이라는 스스로를 격하시키는 듯한 표현은 내키지 않으니까. (이것도 일종의 소심한 반항인가)

나의 소심한 반항은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뻔히 코 앞에 보이는 휴지통을 두고서도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를 툭 던져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 앞에서 보란듯이 휴지통에 쓰레기를 넣는 일.

배려를 호의로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것 처럼 행동하는 이기적인 사람 앞에서 갑자기 정색을 하는 일.

어떤 시그니처 메뉴로 엄청나게 핫한 카페나 식당에 가서도, 내가 끌리지 않거나 선호하지 않는 메뉴라면 절대 주문하지 않는 일.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웃으며 극 존칭으로 대답하는 일, 같은 것들.

모두 롱 샷으로 보았을 때, 내가 아닌 상대방이나 제3자가 보았을 때에는 반항은 커녕 무엇도 아닌 그런 것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상대와 상황에 대한 나의 분명한 의사 표현이라고.

누가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 나는 내 방식대로의 표현을 한 것이므로.

이렇게 나는 아마 앞으로도

보란 듯이, 하지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나만의 소심한 반항들로 나의 주관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짝사랑, 실은 가장 큰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