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실은 가장 큰 사랑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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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짝사랑에 꽤 소질이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나를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글의 서두에서 당당히 밝혔듯 나의 짝사랑 재능이 퍽 자랑스럽다.

그 소질의 발견은 중학생 시절부터 발현되었다. 댓가를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는 그런 맹목적이고 일방향적인 사랑을 열렬하게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바로 한창 1세대 아이돌 열풍이 불기 시작하던 그 무렵, 나 역시 그 시절의 평범한 여학생이었기에 열심히 아이돌 덕질에 몰입했다. 그들이 시킨 것도 아니고 원한 것도 아님에도 눈만 뜨면 그들의 노래를 듣고, 방송 영상을 찾아보고, 사진을 모으고 매일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친구의 생일도 깜빡하기 일쑤면서 그들의 생년 월일은 물론이거니와 좋아하는 색깔, 과일, 음식, 즐겨듣는 음악 사소한 습관들까지. 스토커 수준으로 줄줄 외며 모든 것들을 알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 내 자신의 행복과 건강, 안위를 기원하기 전에 태어나 실제로 눈앞에서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매일. 그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나는 다행히도 그 짝사랑의 재능을 아주 잘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댓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대상에게 마구 퍼부어 주어도 되는 그런 사람.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내가 무엇을 해 주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그들에게는 그들의 생에 나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여러 스승 중의 한 명이겠으나 나에게 주어진 1년이라는 시간 동안에는 원없이 마음을 쏟게 되는. 댓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딱히 알아주길 바라며 생색을 내고 싶은 마음도 없는. 하지만 그런 나의 진심을 알아차리는 단 몇명이라도 나와 마음이 통한다면, 그것으로 나머지의 힘듦을 이겨낼 힘을 충전해가며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랑은 쌍방향으로 상대에게 쏟는 내 마음만큼, 아니 꼭 같은 양과 크기 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의 반응이 돌아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서운함과 슬픔과 갈등을 키워내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댓가를 바라지 않는 짝사랑에는 딱히 그런 것들이 자라날 틈이 없다. 내가 상대에게 쏟는 마음과, 내가 상대에게 마음을 줄 수 있음이 기쁘고 다행스러울 뿐. 나 너 좋아하니까, 너도 나 좋아해. 이런 유치한 마음을 굳이 먹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이 충만하다.

짝사랑은 결코 홀로 훌쩍이며 마음아파하는 서글픔이 아님을.

실은 가장 큰 배포를 지닌, 큰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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