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잔향이 사라질 때 까지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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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무언가에 허덕이며 산다.

습관처럼 여유를 누리고 싶다는 말을 읊조리면서도 비우는 것 보다는 채우는 일에 익숙해진 일상.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는 순간에도 어제 보다 잠들어버린 예능 프로그램을 배경음악처럼 틀어두고 정신 없이 바쁜 출근길에도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꾸욱 꽂으며 세상과는 다른 나만의 오디오를 재생한다.

어떤 소리를 꼭 채워야지만 나의 일상이 풍요로워 지는 것은 아닌데,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나의 귀에 채워야만 한다는 생각이 반대로 내 삶의 숨구멍을 막아버리는 것만 같다.

수많은 소리들이 뒤엉킨 일상 속에서 잠깐이라도 온전히 어떤 한 소리가 시작되어 공기 중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어떤 장면에서도 소리가 시작되는 순간은 넘쳐나는데, 반대로 그 시작된 소리들이 온전히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한 순간은 드물다.

콘서트나 연주회에서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곡을 마친 뒤에도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연주를 마친 뒤에도 잠시 멈추어 공기 중의 잔향(殘響)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 소리의 울림이 완전하게 사라지고 떨림이 마무리 되어야 연주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시간을 두고, 온전히 비어있는 틈이 존재해야 또 다시 백지의 상태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은 나에게 여유라는 마음을 지닐 수 있게 해 준다.

이제는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해보려고 한다. 자꾸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동시에 채우려 하지 않아 보기로.

연주가 끝나도 잔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며 온전한 마무리를 짓고,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는 연주자들 처럼. 나의 일상과 삶 속에 기다림과 여유라는 틈을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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