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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결승선이 늘 분명했다. 시험이 끝나는 날, 졸업식이 열리는 날, 자격증 합격 발표가 나는 날. 정해진 날짜와 장소가 있었고, 거기까지만 가면 되는 줄 알았다. 숨이 차도 참고 달리면, 언젠가는 테이프를 끊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결승선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누가 정해준 트랙도 없고, 몇 바퀴를 돌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남들과 나를 비교하다 보면 괜히 이미 출발선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는 벌써 골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남이 세워둔 결승선만 바라보고 달려온 시간도 있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자리, 안정적이라고 하는 선택, 박수를 받는 방향. 그 지점에 도착하면 안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면 또 다른 경주가 시작되었다. 끝이라고 믿었던 곳은 잠깐의 통과 지점에 불과했다.
그래서 요즘은 결승선을 다시 생각해본다. 남들보다 빠르게 도착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자리. 숨이 차올라도 “그래도 여기까지는 잘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 어쩌면 그건 큰 성공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성실히 마무리하는 밤일지도 모른다. 혹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걷고 있다는 사실 자체일지도.
나만의 결승선은 멀리 번쩍이는 테이프가 아니라, 내 안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에 있는 것 같다. 더 가도 좋고, 여기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기준. 그 기준이 생기고 나니, 남의 속도에 덜 흔들리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달리고 있고, 때로는 걷고, 가끔은 멈춰 서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중요한 건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라는 걸. 나만의 결승선은 누가 정해주지 않는다. 결국 내가 정하는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