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과 공전 -타인의 궤도를 돌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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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각자의 중력을 가진 채 태어났다. 우주의 모든 천체가 그러하듯, 인간의 삶 또한 두 가지의 거대한 움직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흘러간다. 스스로 몸을 돌리는 '자전'과 누군가의 둘레를 도는 '공전'이 그것이다.


하루 24시간, 지구는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돌린다. 이것을 자전이라 부른다. 우리 삶에서의 자전은 곧 '나를 돌보는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차 한 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일기장의 첫 문장, 혹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취향에 몰입하는 순간들이 바로 내 삶의 축을 세우는 자전의 시간이다.


자전이 멈춘 행성에는 밤낮의 구분이 없고 생명이 깃들 수 없듯이,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멈춘 사람의 내면은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나로서 바로 서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고유한 빛을 내는 하나의 인격체가 된다.



하지만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가족, 친구, 연인, 혹은 사회라는 거대한 항성 주위를 끝없이 공전한다. 누군가의 기쁨에 함께 웃고, 타인의 아픔에 보폭을 맞추는 일. 나의 궤도를 기꺼이 내어주어 타인과 연결되는 이 공전의 과정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내 자전축을 기울여 상대의 궤도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는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공전하며 '우리'라는 우주를 만들어간다.




문제는 균형이다. 너무 강한 중력에 이끌려 공전에만 치우치다 보면, 나라는 존재의 축(자전)이 무너져버린다. 반대로 타인의 궤도를 전혀 돌지 않는 고립된 자전은 결국 우주의 미아가 되게 한다.

천문학자들은 행성이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적당한 거리'와 '속도' 덕분이라고 말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전'의 시간 속에서도, 나만의 고유한 속도로 스스로를 돌리는 '자전'의 리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떠했는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너무 가파른 공전의 궤도를 달리고 있지는 않았나. 혹은 나만의 세계에 갇혀 누군가의 따뜻한 중력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나.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자전하며, 서로의 곁을 공전하는 아름다운 별들이다. 비록 보이지 않는 궤도 위를 묵묵히 걷는 고독한 여행자일지라도, 그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의 우주는 계속될 것이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당신과 함께 걷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드넓은 삶의 우주에서 길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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