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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떠난 여행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일명 '트래블 블루'. 주로 여행의 중반 즈음에 찾아오는데, 피하려해도 피해지지 않고 어떻게든 누가 극복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다. 낯선 곳에 처음 발을 내딛어 모든것이 낯설고 신기했던 여행 초반을 지나 이제 조금은 그 곳이 익숙해지는 듯 하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 걸까. 주로 컨디션 저하를 동반하는데, 정신적 육체적 징후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고비이기는 하다.
이제는 제법 홀로 여행 짬바로 '아, 이제 고비가 찾아올 때가 되었는데 - ' 먼저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이렇다할 명확한 솔루션들을 여러가지 고안해두지는 못했지만. 아니나다를까 달랏 여행의 중간지점에서 맞이한 그 무겁고 느릿 - 한 지점. 어디로 나설 마음의 의욕도, 몸의 기운도 쭈욱 빠진 채로 숙소 근처 어딘가를 정처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주로 그럴 땐 마음의 고향 같은 익숙한 장소에 가서 안정감을 찾는 것이 플랜 A인데, 그 장소는 1순위가 스타벅스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익숙함을 느끼게 해 주는 곳. 농담처럼 모두에게 '스타벅스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내 마음 속 고향이야.' 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곤 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거니와, '한결같음'이 주는 안도감이 꽤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달랏에서 스타벅스를 찾기는 어려웠고, 플랜 B로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조용히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 갖기를 실행하기로 했다.
사실 달랏 여행 전에 나답지 않게 여러 카페들을 열심히 조사하지는 않았다. 한국처럼 '감성카페'가 많은 편이 아니기도 했고, 워낙 달랏 자체가 작은 도시이다보니 거의 카페라고 해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관광객 카페가 대부분이었다. 일단은 걸어서 어디든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타박타박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정말 조그만 티카페. 일단 브라운과 올리브 그린의 예쁜 색 조합부터 마음에 들었다. 너무 크지도 않은, 작은 가게 크기와 조용해보이는 가게 안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바로 여기야. 내 마음 다독일 그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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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그만 카페일거라 생각했는데, 가게로 들어오니 2층에도 카페 공간이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잠시 내린 소나기 뒤에 화창하게 개인 햇살이 마침 2층 실내를 가득 비추었다. 우드톤의 인테리어에 적당히 톤다운된 컬러톤의 인테리어. 블루투스 스피커로는 꽤 익숙한 팝이 나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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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망졸망 조그만 화분들이 여기 저기에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것 또한 마음치유 포인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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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이름이 'TEA' 이기도 했고, 전날 밤 잠을 푹 자지도 못했기에 쟈스민 밀크티를 주문했다.
뜨죽따인 나지만, 생각보다 아침의 햇살이 꽤 후덥지근 했기에 아이스로. 여러보로 평소의 내가 하지 않았을 조합의 주문이었지만, 그 순간의 내가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 내 마음을 따르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런 저런 고민과 필터링 없이 내린 선택이, 그 순간 나의 '최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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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아무도 없는 카페 2층의 창가에 앉아
쟈스민 밀크티를 홀짝이며 몸과 마음을 charg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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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의 충전 후, 의욕도 조금은 충전된 느낌.
그래서 기운을 내어 가보지 않았던 동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달랏의 골목은, 왠지 언젠가 어디선가의 우리나라의 골목풍경과 닮아있는 모습들이 많았다.
바둑판을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 대낮부터 느긋하게 바둑을 두고 있는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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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유럽 골목 어딘가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쨍한 원색 색감의 풍경들도 만날 수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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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풍경은 일본 한적한 시골마을 어딘가 즈음인가, 싶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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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쨍 - 한 햇살 아래의 꽃들을 보며
걸음을 멈추고, 한 - 참을 바라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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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현지인들 몇몇 밖에 없는 호커센터같은 곳에 무작정 들어가 앉아
실패 없을 것 같은 메뉴를 시켜 오토바이 먼지든 흙먼지든 아랑곳하지 않고 야외 테이블에서
반미를 뜯어 우물거리며 사람구경하며 먹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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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든 이렇게 이름 모를 작고 앙증맞은 꽃들이 가득했던 달랏.
그래서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아이컨택 하며 인사 나누느라, 홀로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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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에서 껨보와 사랑에 빠진 나는 1일 5,6 껨보는 달성한 것 같지만.
아마 다음에 또 달랏에 가게 된다면 껨보 47번은 먹고 오지 않을까...
아이러브 달랏, 아이러브 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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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곳곳에 자그맣게. 알록달록한 예쁨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
매일 조금씩 자주. 분명히. 소소한 행복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