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낯선공기

Vietnam day) 어쩌면 내가 제일 -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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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머무르는 동안에는 잊고 있었지만, 달랏은 고산지대에 있는 도시라 베트남에서도 드물게 무덥지 않은 지역이다. 그리고 동네 슈퍼에서는 저렇게 봉지과자들이 바늘을 갖다대기만 해도 펑 터져버릴 것처럼 빵빵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풍경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신기하면서도 낯선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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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하고 얼큰함의 민족 한국인으로써 얼끈 뜨끈 매콤의 조합을 어찌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내 몸이 반미 시우마이를 격렬하게 원하고 있음을. 숙소 바로 근처에는 정작 반미 시우마이를 판매하는 곳이 잘 눈에 띄지 않아 겨우겨우 동네를 몇바퀴 돌고 돌아 반미 시우마이를 주문했다. 아침에는 제법 코 끝에 차가운 공기가 맺힐 정도로 쌀쌀한 달랏의 아침식사에 안성맞춤이었다. 오랜만에 뜨끈하고 얼큰하고 시원한 것을 몸 속에 삼키고나니 (거기에 한국인 취향 저격 매콤한 홍고추까지) 몸 속 어딘가 구석구석 맺혀있던 몸과 마음의 피로와 멜랑꼴리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 만국 공통으로 몸과 마음의 해장에는 화끈한 것이 최고라는 만고의 진리를 또 한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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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웃기지만, 한창 인기있던 드라마였음에도 시큰둥하고 지나갔던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왔음에도) 또 오해영을 베트남어 자막으로 여행 기간 내내 정주행하여 여행이 끝나갈 때 즈음 최종화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달랏의 어느 호텔에서 또오해영을 정주행하며 보낼 줄이야. 참 인생이 이렇게 예측불허,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은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던 또 오해영은, 매회가 주옥같은 대사 화수분이었고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해서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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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날 방문했던 카페.

여행의 절반은 카페투어에 몰입하는 나인데, 어쩐지 이번 여행에서는 나답지 않게 소홀했던 것 같아 괜히 여행 말미에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에 유튜브의 달랏여행기 몇 편을 뒤늦게 살펴보다 마음에 드는 카페 한 곳을 발견했다. 여행의 마지막날까지 관광을 하고 싶은 마음은 한 톨도 없었기에 그 날의 유일한 일정으로 이 카페를 선택했다. 마침 날씨도 화창했고, 노오란 카페의 외관도 눈에 확 띄지 않게 자세히 보아야 알아차릴 수 있는 소담한 모습도 퍽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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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1층의 공간과 야외공간, 그리고 2층의 다락방 같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르내릴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바로 우당탕 미끄러질 법 할 정도로 작은 공간이었다. 북카페를 겸하고 있는 듯 했다. 예상치 못한 한국어 서적이 (그것도 핀란드 육아라는 다소 낯선) 있어서 반갑기도, 놀랍기도 했다.

조용히 나른한 팝이 흘러나오고, 누군가의 손을 거쳐온 듯한 낡은 책들이 무심히 나무 책꽂이에 가득 꽂혀있는. 시간과 공기가 0.75 배속으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공간 속에서, 따듯한 드립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투박한 쇠주전자와 앙증맞은 컵에 마치 에쏘처럼 찐한 드립커피가 함께 탁자 위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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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마음으로 나무 테이블에 앉아, 뜨거운 드립커피를 천천히 한 모금, 한모금씩 삼키며 차분한 마음으로 핑크색 노트에 이런 저런 마음의 조각들을 두서없이 탈탈 털어놓았다.

이리저리 뭉쳐있던 둥그렇고 뾰족하고 파스라지기도 했던, 마음들이 탁탁 체에 걸러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제, 다시 비우고 갈무리하여 돌아갈 시간이야 -

떠나왔던 그 곳으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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