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편식이 매우 심했다. 예민한 코 때문에 생오이나 깻잎 같은 건 먹다가 구역질을 했었다. 고기도 먹지 않았고 심지어 라면도 먹지 않았다. 감자도 흙비린내가 올라오는 것 같아 괴로웠고, 사과는 물비린내가 나서 힘들어했다. 그러한 내가 꼭 두 가지가 있어야 밥을 먹었는데 하나는 치즈였고 또 하나는 김치였다.
어른들은 모두 갸우뚱했다. 편식이 저렇게 심하고 먹는 게 없는데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다니! 혼을 내야 할지 칭찬을 해야 할지 어려워했다. 그런데 또 동시에 치즈가 있어야 한다니. 매일 김치와 치즈 한 장에 밥을 먹는 나를 보며 엄마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입 짧고 여리여리한 나를 먹이려고 손 큰 엄마는 늘 여러 반찬을 해주셨고 나는 깨작깨작 거리다가 결국 치즈와 김치. 이 두 가지 단촐한 반찬으로 나는 풍족히 밥을 먹었다.
물에 씻은 김치를 혼자 낑낑거리며 먹는 나를 보고 할머니가 종종 했던 말이 있다.
"아이고 그렇게 김치를 좋아하니 너는 커서 네가 김치 담가 먹어야겠다."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아무 감정이 없는 무색무취의 말이었다.
지금은 네가 편식을 하지만, 그래도 김치를 먹으니 걱정이 안 된다 정도의 느낌.
그 말이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김치를 담가 먹는 사람이 되었다. 치즈는 사 먹지만.
2006년에 결혼을 하고, 2007년에 독일 뮌헨에서 첫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그렇게 19년째다. 여전히 우리 집 냉장고에는 치즈가 늘 있고, 그 옆에는 내가 담근 김치가 있다.
그 사이에 나는 많이 변했다. 먹지 못했던 생오이와 깻잎은 이제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고, 사과도 아삭거리며 올라오는 그 향을 무척 좋아한다. 정말 맛있는 감자는 달큰한 맛이 난다는 것도 배웠다. 고기는 하루에 한 끼 이상은 꼭 먹게 되었고, 라면도 종종 즐긴다.
여리던 내 후각은 이제 제법 세상을 즐길 줄 알게 되었고, 동시에 세상에 적당히 무뎌지기도 했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고 견딜 수 있는 것도 늘어났다. 그래도, 뭔가 내가 나로 살고 싶은 날일 때, 나는 김치와 치즈를 찾는다. 밥 한 숟가락 위에 얇은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얹고, 결이 잘 삭은 김치를 한 젓가락 올리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두 가지 맛 앞에서는 나는 설명하지 않아도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