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와 크림빵

by 승은


우연히 미미라는 아이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종종 보는 파티쉐가 운영하는 릴스에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즘 인기 있는 천하제‘빵’의 심사 프로그램 평가위원으로

빵과 무관한 미미라는 아이돌이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제빵사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터졌단다.

그런데 이 미미의 빵 유튜브 영상을 꾸준히 본 사람들은

미미라면 평가할 만하다라며 했던 이야기가 있다.

그 내용은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간극을 잘 표현해 준다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미미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냉장고가 부탁해’에 출연한 걸 보았다.

미미의 냉장고에는 달다구리 빵이 한가득 있었다.

핫한 편의점에서만 볼 수 있는 신상 빵부터

각종 빵 아이스크림까지.

다들 건강 걱정을 하자

미미는

“저는 밥(쌀)을 안 먹어요. 빵을 이렇게 먹는데 밥까지 먹으면

제가 생각해도 너무 과한 거예요.

나름 혈당 관리도 해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냉장고에서

각종 파김치, 고들빼기김치가 나오자

사람들은 아유를 보내며

“김치가 있는데 어떻게 밥을 안 먹을 수 있어?”라고 물었다.

미미 왈,

“저는 크림빵이랑 김치랑 같이 먹어요.”라고 하며

그 자리에서 크림빵과 파김치를 정말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크림빵 파김치.jpg

공중파 방송에서는 '괴식'에 속하는 이 조합에

모든 연령층이 도전을 해 보았다.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크림빵 파김치 3.jpg

영감존으로 불리우는 78년생 김풍작가를 중심으로

그 윗 세대는 "우웨엑~"을 연발했고

미미를 중심으로 한 아이돌세대는

"오! 맛있는데!!' 라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였다.

문득 예전 일이 생각이 났다.

파김치 크림 빵.jpg
파김치 크림빵 4.jpg

(출처:JTBC Voyage. https://youtu.be/RLl4UwGcXTU?si=ob3dlSVgkvBmhJjT )

회사에 다녔을 때 일이다.

야근을 해야 했었다.

야근을 위한 '마음의 뽕끼'를 올릴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고

그래서 김치찌개를 시켰고,

회사 언니들이 시킨 피자에 딸려온 파마산 치즈가루에

밥 비벼 먹었더니

다른팀의 팀장님이 너무 나를 이상하게 보면서

계속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밥 먹을 때는 개도 안건드리는데.

빨리 먹고 일이나 하러 가야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더니 그 가만있는 모습에

그녀는 더 약이 올랐던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함께 식사를 하는데 사회성이 떨어진다"라는 내용으로

며칠 간 입방아를 찧었다는 걸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다.

치즈와 김치에 밥을 먹는 다는 게 그렇게 계속 이야기 할 내용인가?

아니면 그녀도 먹고 싶었는데 권하지 않은 내가 미웠던 것인가 ㅎㅎ

다시 '냉부'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김풍작가가 기쁜 얼굴로 말을 했다.

"사실 나도 크림빵에 김치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욕먹을까봐 말을 못했어요

그런데 오늘부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나도 크림빵에 김치 먹는 걸 좋아해요"



세대가 달라졌다.

초등학교 졸업식에 모든 전교생이 상장을 받아야 하고

운동회때 시합을 해서 이기거나 져도

무승부로 끝남을 당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그 아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생존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게 있다는 게 더 중요한 생존처럼 되어버렸다.

실제 정체성인 김치와 자신이 좋아하는 크림빵이 당당해진 걸

어쩌면 미리 살아온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크림빵이나 아이스크림, 피자를 먹고

느끼하다며 총각무 한 조각을 우적우적 씹는 걸 생각해보면

어쩌면 김치에 대한 본질을

나보다 세상을 덜 살아본 아이들이 더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을까.

이 아이들이 세상을 좀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각자의 김치와 크림빵을 좀 더 당당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나도 파김치에 짜파게티보다는 버터크림빵을 더 좋아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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