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공연
포르토가 너무 좋았던 걸까?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 뭔가 설레지 않았다. 리스본만의 매력을 잘 느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리스본에서 크게 뭔가를 해야겠다는 계획이 없었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포르토에서 보려고 계획했지만 보지 못했던 '파두(fado)' 공연을 리스본에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파두(fado)'는 포르투갈 대표 음악으로 포르투갈의 기존 음악에 브라진과 아프리카의 음악적 요소를 더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플라멩코 같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파두는 춤을 추지 않는다.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서를 녹인 음악으로 유명한데, 예를 들자면 대한민국의 '한'이 있는 판소리가 있듯이 파두가 포르투갈사람들에게 정서를 노래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트립어드바이저에 들어가서 파두 공연을 하는 곳을 물색했고, 저녁을 먹으면서 공연을 볼 수 있는 괜찮은 가격대의 레스토랑을 찾아 예약했다.
식당으로 가기 위해서 열심히 구글맵을 보면서 걷고 걸었는데, 문제는 해가 저물고 점점 어두워지면서 골목골목길에 위치한 레스토랑들의 간판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거였다. 대한민국처럼 눈이 부실정도로 네온사인으로 화려하게 간판을 만들지 않는 유럽사람들. 심지어는 정말 작게 간판 같지 않은 문패 같은 걸 걸어둔 식당들도 있다.
휴대폰에 코를 박고 열심히 걸어서 그랬을까? 간판은 찾을 수 없었고 얼추 구글맵이 알려주는 위치에 서서 두리번거리다가 식당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서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직원에게 오늘 파두 공연하는 거 맞지? 라며 1명 예약해 뒀다고 이야기했고, 내 이름을 묻지도 않고 파두 공연한다며 웃으며 기쁘게 자리를 안내해 주는 직원을 따라 들어갔을 때,
이때부터 뭔가 잘 못 되었었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들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메뉴들이 줄지어 적혀있었다. 그제야 메뉴판에 적힌 가게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은 내가 미리 예약해 둔 곳이 아니었다.
동굴 같은 느낌의 인테리어에 누가 봐도 파두공연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듯한 스테이지.
스테이지가 크지 않아서 더 좋다고 느껴졌다. 이왕 앉은 거 내일 한 끼 굶는다 생각하고 음식과 와인 주문을 마쳤다.
기다리던 와인을 받자, 파두 공연이 시작되었다.
에파티아저, 메인 등 한 번씩 서빙될 타이밍에 공연을 잠시 쉬었다가 서빙이 끝나면 다시 공연이 재개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오로지 기타 하나와 가수의 목소리만으로 그곳을 가득 메우는데 첫 곡부터 감동적이었다. 넓은 공간에 울려퍼지는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가득찬 느낌이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식당을 잘 못 찾아 들어온 나 자신을 속으로 칭찬했다.
중간에 잠시 쉴 때는 옆테이블에 앉은 노르웨이에서 온 부부와 이야기도 나눴다. 그들도 포르투갈은 처음이라며 우린 잠시 포르투갈 여행에 대한 감상을 나눴고 그분들도 파도공연 역시 처음이라고 했는데 굉장히 멋지다며 이 순간이 굉장히 멋지다며 웃어 보였다.
잘못 찾아간 식당에서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와 공연을 보았다. 이게 바로 럭키비키한 상황.
포어를 전혀 모르는 나도, 그리고 제3의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봐도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공연이었다.
식사를 다하고 나오면서 그 길로 나는 당시 구독 중이던 스포티파이에 파두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내내 듣고 다녔다.
언어를 몰라도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어떠한 것이 있는 걸까.
파두를 들으며 여행을 하는 내내 아련한 무언가를 기다리고 느끼는 기분으로 가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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