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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09. 2024

휴대폰 저장공간이 자꾸 부족합니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19

아기를 낳기 전에는 일 사진, 내 사진, 남편과 찍은 사진들로 사진첩이 가득했다.

그리고 23년 9월 15일 이후부터는 줄곧 우리 아가의 사진과 영상들로 사진첩이 가득해서, 적당히 여유로웠던 휴대폰 저장공간이 늘 비상이다.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뜰 때마다, 수많은 사진들을 지워보았지만 (거의 만 장 이상은 지운 듯하다. 카톡 데이터도 정리하고, 쓰지 않는 어플도 과감히 다 지웠다.) 하루가 다르게 금세 새로운 사진과 영상이 생겨나는 바람에 말짱 도루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기의 하루하루는 너무나 달라서, 매일같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니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눈에만 담아두기 아까운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쉬이 남길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니, 눈으로도 담고 카메라에도 담아보는 것이다.


밤이 되면 루틴처럼 오늘 찍은 사진과 영상을 한 번 훑어보고, 사진첩 위쪽에 있는 아기의 신생아 시절 모습을 보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쭈욱 쭈욱 움직여본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모습을 휙 휙 넘겨보고 있으면, '언제 저렇게 작았던 시절이 있었지?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하며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분명 우리는 함께인데, 우리가 함께하는 동안 너는 계속 자라고 있었구나.'하고 생각하니 괜히 찡하고 대견한 마음이 든다.


이처럼 너무나 소중한 아기의 사진과 영상은 하나도 지우고 싶지 않아서, 아기를 낳기 전에 찍었던 중복되는 사진들을 많이 지우고 다른 저장공간으로 옮기며 용량을 확보하는데도, 사진과 영상이 차는 속도는 따라가질 못한다.


1TB 휴대폰을 쓰거나 용량이 큰 클라우드를 쓴다 한들, 그마저도 다 차면 무슨 소용이겠냐 하는 생각에 외부 저장공간에 꾸준히 사진과 영상을 옮겨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한 번씩 시간을 내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기 사진을 인화해 사진첩에 붙여두기도 한다.)


매일 다르게 크는 아기로 인해 내 휴대폰 저장공간은 비상이지만, 사진첩에 가득한 아기의 사진과 영상을 볼 때면 바보처럼 혼자 배시시 웃고 있는 행복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휴대폰 저장공간이 비상일수록 예쁨과 귀여움이 가득 넘치는 사진첩이라는 뜻이니 좋은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느새 나 혼자 찍는 사진은 의미가 없게 느껴지고 아기와 함께 찍는 사진이 더 좋은 걸 보니, 새삼스레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열아홉 번째 날이다.


오늘도 역시 아기의 귀여운 사진과 영상을 사진첩에 한가득 업데이트했다.

과일 퓌레를 숟가락으로 받아먹다가 성에 안 차는지 손가락을 접시에 넣어 직접 입으로 가져가는 사진과 영상인데, '분유도 어렵게 먹던 아기가 언제 이렇게 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있나~' 하는 생각에 기특함과 감동이 물밀듯 밀려왔다. (이런 감정이 매일 무척이나 잦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치면, 오늘 찍은 영상을 일부공개 영상으로 유튜브에 업로드해 놓는다. (일부공개로 업로드를 하면 공유받은 사람만 시청할 수 있어, 가족들과 보는 용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탄생부터 330일이 되는 오늘까지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어, 아기의 성장을 조금 더 생생하게 남겨놓을 수 있다. 물론 오늘의 과일 퓌레 영상도 이미 업로드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문득, 이렇게 수많은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아기를 낳아, 모든 장면을 기록할 수 있음에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한 컷 한 컷이 소중했던 옛날 또한 그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었지만 말이다.


아기가 크고 나서 우리의 애틋했던 과거를 함께 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진다.

엄마 아빠의 찬란한 젊은 시절, 그리고 우리 딸의 아가 시절.


조만간 20살이 된 우리 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남겨봐야겠다.

50대가 된 우리가, 딸보다 더 주책맞게 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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