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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10. 2024

친구가 임신을 했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20

내가 임신을 했던 작년에는 친한 지인 중에서 임신 출산을 한 사람이 없어, 가까운 곳에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임산부로서의 공감대를 공유하거나 출산 관련 정보를 쉬이 들을 수도 없었고, 출산 전에 필요한 물품들이 너무 많은데 반드시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산발적으로 흩뿌려있는 정보를 하나하나 얻어 우리의 판단 하에 구매를 결정하는 것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때문에 혹시 친한 친구가 임신을 하게 된다면 그 무엇이든 다 알려주리라! 하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마침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했던 친구가 임신 소식을 들려주었다.


'꺅!' 비록 우리 아가와 1년 2개월 차이가 나지만, 친한 친구와 출산과 육아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아기들이 조금 더 크면 1년 차이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출산을 한 지 10개월이 넘어가다 보니, 임신했을 때 주수별로 해야 할 검사들이 참 많았는데, 몇 주 차에 어떤 검사를 한다고 이야기를 해와도 '그때가 그 검사를 할 즈음이었나~?' 할 정도로 기억이 잘 나지를 않는다. 그 시기에는 검사를 할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 검사 때마다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여하튼, 출산하는 날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친구에게 깨끗하게 쓴 육아용품도 넘겨주고 어떤 육아용품을 사면 좋은지 조금씩 알려주고 있자니, 고등학생이었던 우리가 어느새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했다.


친구와 나는 십 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덕에 아주아주 사소한 다툼 하나 없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에게 해 주는 것이 더 많으면서, 맨날 받는 것이 더 많다고 하는 착하고 예쁜 내 친구!

이런 나의 소중한 친구와 함께 엄마로서의 삶을 살며 공유해 나갈 새로운 이야기들도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40대가 되고 50대를 지나 8-90대까지 함께 곱게 늙어가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험할 삶의 다양한 면들도 함께해 나가면 참 든든하겠다.


서로의 소중함을 잘 알고 배려하며 아끼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평생 가기를 염원해 본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스무 번째 날이다.


아기가 입던 옷들과 육아용품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고, 오늘 드디어 그 물건들을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친구가 다시 세탁을 하겠지만, 비닐팩에 넣어두기 전에 빨아두었던 옷을 어젯밤에 한 번 더 빨면서 문득, 조만간 태어날 친구의 아기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친구도 나와 같이 내 뱃속에 있던 아기가 많이 궁금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니 전보다 배가 더 나와 제법 임산부 티가 났다.

'우아 배가 이렇게 나왔네~ 너무 신기해!' 하고 말하니 '너도 이렇게 나와있었어~!' 하고 대답하는 친구의 말에 아차차, 작년만 이맘때만 해도 내 배가 저렇게 불러있었지 싶었다.


어느새 바닥을 기어 다니며 온 사방을 탐색하는 우리 아기가, 내 뱃속에서 <cm> 도 아닌 <mm>의 수치로 측정됐을 때가 있었지 하며 회상해 보니, 생명의 탄생은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사실 우리 모두 그렇게 신비롭게 태어난 사람들인데, 새로운 생명에게서만 그런 마음이 더 크게 드는 건 왜일까 하는 생각이,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느껴진다.


우리는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존재 그 자체로 축복이었던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들이니, 나 스스로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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