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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11. 2024

옆집과 우연히 공동육아를 하게 되었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21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인지라, 나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집으로 가려는데, 우리 층 엘리베이터에 누군가가 서있으면 흠칫 놀라기도 했고, 우리 집 층수를 눌렀는데 옆에 사람이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으면 괜히 무서울 때도 있었다. (내리고 보니 옆집에 사는 분이었다.) 그만큼 서로의 얼굴도 잘 모른 채 꽤나 오랜 시간을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문이 살짝 열린 채로 유모차가 빼꼼 나와있는 걸, 아기와 산책을 가려고 집을 나서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되었다. 사실 옆집 택배 상자에 하기스가 그려져 있는 걸 보고는, 옆집도 출산을 하셨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벨을 띵동 띵동 눌러서 '출산 축하드려요! 저도 아기가 있는데 같이 육아해요!'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하기스를 발견한 이후부터는, 고요한 밤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옆집 아기는 얼마나 되었을까? 우리 아기랑 얼마나 차이가 날까?' 하고 궁금해하기도 했다.


내 레이더망에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가 발견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원래 친해지고자 하면 말을 잘 거는 나는 '안녕하세요~! 혹시 산책 가세요? 같이 가실래요?' 하고 대뜸 말을 걸었다. 당황스러울 법 한데, 다행히도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주셔서 우리는 초면에 함께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섰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아주 빠르게 잘 캐치하는 나는, 그렇게 옆집 언니(나이차이도 한 살뿐이 나지 않는다!)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5월에 만나 이제 8월 중순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이지만, 육아라는 공통분모 아래 육아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하며 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한 번은 언니가 그때 말을 걸어줘서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 나 또한 그 우연한 계기로 4개월밖에 차이 나지 않는 아기들의 육아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요즘이다.


물론 매일매일 오랜 시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옆집 언니와 함께하는 공동육아 덕에, 가끔 찾아오는 울적함이 많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언니 또한 마찬가지라고 하시니,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공동육아 만세!!'를 있는 힘껏 외치고 싶다.


나의 어릴 때를 회상하면, 옆집 아랫집 윗집뿐만 아니라 다른 동에 사는 친구네 집에도 놀러 다니며 이웃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오후시간에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엄마들이 저녁 준비를 마치시고 창 밖으로 'ㅇㅇ아~~! 밥 먹으러 들어와~~!'하고 외치는 소리에 안녕을 고하며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그 풍경. 그 따뜻하고 그리운 그 풍경이 문득 생각났다.


지금까지야 우리에게 아기도 없었고, 예전보다 개인주의가 심해진 사회 분위기로 이웃 간의 교류가 많이 단절되었기에 서로 정을 나누는 경우가 없었는데, 아기가 생기며 이렇게 이웃 간의 교류를 하게 되니 참 따뜻하고 즐거운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앞으로 아기를 키워가며 새로운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텐데, 그렇게 알게 되는 인연들이 부디 좋은 사람들로만 가득하길 바라보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스물한 번째 날이다.


오늘 점심에 처음으로 옆집 세 식구와 우리 집 세 식구가 함께 모였다.

옆집에서 음식을 준비해 주신다고 해서, 우리는 부랴부랴 디저트와 과일을 준비해 놓았다.

아기로 인해 이렇게 옆집 가족이랑 함께 밥을 먹게 되고 교류를 하게 되다니, 다시 또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옆집 귀여운 아기는 배밀이를 하고 우리 집 아기는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쉼 없이 집안을 탐색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네 명의 엄마아빠들.


밥을 먹고 오랜만에 디저트와 과일까지 잔뜩 먹은 뒤 아기들과 놀고 나니, 피곤이 한가득 몰려왔다.

눕자마자 바로 낮잠을 자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인데, 그 드문 일이 정말 오랜만에 일어났다.

그리고 꼬박 2시간을 넘게 낮잠을 잤다. 우리 세 가족 모두 말이다.


세 시간이 훌쩍 넘어서, 옆집 언니에게 오늘 너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세 가족이 모두 꿀잠을 잤다는 메시지가 왔다. 아기들도, 엄마아빠들도, 잘 먹고 잘 놀았나 보다 싶은 생각에 둘이 킥킥거리며 답변을 주고받았다.


우연히 알게 된 인연이지만, 그래서 더 뜻깊고 소중한 옆집 언니.

아기들의 정말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아기들이 무럭무럭 커나갈 때까지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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