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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12. 2024

내 품 위에 너를 올려놓고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22

아기의 움직임이 지극히 제한적이었던 신생아 시절, 나는 줄곧 아기를 몸 위에 올려놓고 토닥토닥 잠을 재웠다.


작은 생명체가 내 몸 위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을 때면,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혹시나 방해가 될까 싶어 조심스럽게 숨을 내뱉기도 했다. 숨을 쉬면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나의 배 위에서 아기가 편안하게 잠을 자는데, 아기의 깊은 새근거림이 내 몸에 전해진 탓에 그 순간은 무척이나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몹시도 추운 겨울이었지만 말이다.


아기를 품 위에서 재우면 아기가 손을 타서 계속 안아줘야 잠이 든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지만, '그렇다고 평생 품에서 재우는 것도 아닐 텐데!' 하며 최대한 많이 품 속에서 안아주려고 했다. 엄마가 안아주면 아기에게 정서적으로 좋을 것이라는 생각 이전에, 내 정서에 무척이나 좋은 것 같아서 그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뱃속에서 꿈틀거리던 아기가, 어느새 세상 밖으로 나와 엄마 배에 엎드려 꼬물거리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다니!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신기하고 얼떨떨하고 몽글몽글했다.

때론 겨울을 핑계 삼아 따뜻한 카디건 속에 아기를 감싸 폭 안고 있기도 했다. 그러고 있으면 아기는 어느새 또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에 들었다.


그리고 이런 따뜻하고 소중한 시간이 금세, 이렇게나 빨리 지나갈 줄 몰랐다.

이제는 배 위에 올라와서 새근새근 잠을 자기는커녕, 배와 갈비뼈 위를 엉금엉금 기어 오르락내리락하는 덕에 '아기야 엄마 아파!! 아야~~!!' 하는 소리만 줄곧 내뱉곤 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시기에서 또 놓칠 수 없는, 무척이나 귀여운 모습들이 만천하에 존재한다.

이렇게 모든 게 휙 휙 지나가버리는 아기의 소중한 순간들에, 때론 피곤하다는 이유로 억지웃음을 하하하 지어 보인 나를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


'너의 해맑은 웃음을 온전히 느끼고, 너의 투정에도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엄마가 될게!' 하고 말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스물두 번째 날이다.


아기가 졸려 보여서 함께 침대로 들어가 책도 읽어주고 장난도 치고 있었는데, 금세 에너지를 다 썼는지 아기가 내 배 위에 올라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휴식을 취했다. 평소 같으면 일초 뒤에 바로 무릎을 내 갈비뼈 위로 올려 엉금엉금 기어갔을 텐데! 오랜만에 품 위에 아기와 올라가 있으니 너무 행복했다.


아기가 도망가질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격한 행복을 표하진 못하고, 아기의 갈비뼈 부근을 살살 간지럽히며 장난을 걸었다. 이내 간지러운지 '꺅- 꺄악! 꺄아-악!! 꺅꺅꺅' 하며 무해한 웃음을 웃어 보이는 아기의 반응에, 월요일의 피곤함이 잠시 싹 내려갔다. (금세 피곤이 충전되긴 했다.)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자던 아기가 금세 이렇게 품 안에 안아주려 하면 도망가는 활동적인 아기가 되었다니, 잘 자라줌에 기쁘기도 하면서 빠르게 지나는 모든 순간에 아쉽기도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지금이라 때론 답답하기도 아기가 무얼 원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아기와 말을 하기 시작하면 이 귀여운 옹알이를 마구 내뱉는 지금이 또 그리울 때도 있겠지?


지금 이 순간들은 언젠간 분명 그리워할 과거가 될 수 있으니, 지금에 충실히,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그런 밤이다.


아기야 오늘도 잘 자라줘서, 예쁘게 웃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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