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72
오늘은 조금 이른 단풍놀이를 다녀왔다.
몇 년 전 다녀온 화담숲의 단풍이 너무도 예뻐서, 아기와 함께 다녀오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단풍철이 아닌 지금이 덜 붐빌 것 같아 조금 이르게 방문을 했다.
단풍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초록잎들로 가득한 나무들이 우리를 맞이했지만, 그럼에도 오전에 비가 온 뒤라서 더욱 상쾌하고 청명해서 다니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초록초록한 초록세상에서, 아기는 구경할 거리가 많은지 두리번거리며 자연을 구경하기 바빴다.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식물이 있으면 잡고 싶어 안간힘을 썼고, 알록달록 예쁜 꽃을 보면 뒤를 돌아봐가며 구경을 이어갔다.
바람에 살랑이는 식물들을 보는 게, 마치 자연 모빌이나 다름없어서 아기에게 여러모로 참 좋다던데- 오늘 아마 아기는 자연의 모빌을 실컷 구경했으리라!
나 역시도 자연을 거닐며 이것저것 관찰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인데, 오늘도 역시나 자연관찰보다는 아기의 눈에 비춘 세상을 바라보기 바빴다.
아기가 무언가를 열심히 보면 유모차 옆에 쭈그려 앉아 함께 구경하고 이야기를 해주며, 그렇게 시선을 자연스레 아기에게 맞추었다.
아기와 함께 손잡고 걸으면- 아기가 조잘조잘 말을 하게 되면 이 나들이가 얼마나 더 재미있어질까?
얼마 남지 않은 듯한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 아기의 꿈엔 초록이 가득한 세상이 나오기를, 그 안에서 뛰놀며 오늘의 행복했던 기억을 깊이 담아두기를 바라보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일흔두 번째 날이다.
우리 아기보다 사 개월 더 빠른 아기가 있는 남편의 지인 가족과 함께 화담숲 나들이를 나섰다.
내가 임신했을 때 그리고 그 아기가 70일을 갓 넘었을 때 첫 만남을 했었는데, 어느새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고 있는 아기를 보니 너무도 신비롭고 기특했다. 분유도 떼고 어른 먹는 밥을 조금씩 먹고 있는 아기가, 시기에 맞추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 같아 참 예뻐 보였다.
만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해 있는 아기들을 보며, 우리 사진보다는 아기들의 사진을 남기기에 바쁜 우리 부모들.
아기가 태어난 뒤로 가끔씩 함께 만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할 줄 아는 게 늘어나고 그 시간만큼 불쑥 커있는 아기들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우리는 늘 그대로인 느낌이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아기들은 이렇게 커나가고, 우리는 조금씩 서서히 늙어가겠지 하고 생각해 보니- 참 잘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는 성장하고 나는 그저 늙기만 하면 너무 서글프니까. 아기가 성장하는 시간 동안에 나도 함께 내면의 성장을 이룬다면 그 긴 시간들이 분명 의미 있게 느껴질 것이다.
아기가 성장하는 만큼 성숙해지는 내가 될 수 있게, 어떤 노력들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아기뿐만 아니라 나도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