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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Oct 02. 2024

제 속도로 잘 크고 있습니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72

아기들은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영유아 검진이라는 것을 한다.


아기의 첫돌 전 후로 받는 영유아검진이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어서 세 식구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37주 0일에 태어나게 된 우리 아기여서, 아기를 낳기 전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육아백과에 나와있는 발달표를 보니 얼추 잘 크고 있는 듯해서 그렇게 걱정되진 않았다.


병원에 가서 몸무게와 키를 재는데, 본인을 번거롭게 하는 어른들 때문에 서러운지 닭똥 같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다.

엄마 아빠가 괜찮다고 재미있는 거라고 어르고 달래도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우는 아기가 안쓰러워, 검진이 끝나고 꼭 안아주었다.


이제 의사 선생님을 만나 아기의 발달 및 성장을 확인할 시간! 우리 아기는 다행히 대부분 평균치에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고, 발달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아기가 알아서 하나하나 해나갈 수 있는 정도라고 하여 안심이 되었다.


아기를 키우면서, 때 되면 잘하고 잘 먹고 하게 된다고 생각하며 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또 제때 해야 할 것들을 놓칠 수 있기에,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필요한 듯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아기가 걷기 시작하면 발달에 더 관심 있게 봐줘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서 말이다.


다만 다른 아기와 비교하며 ‘왜 우리 아기는 이렇게 안 먹지, 왜 이렇게 안 크지, 왜 이걸 못하지!’하게 되면 오히려 우리가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우리 아기의 성향과 속도를 잘 알고 키워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아기가 그래도 별다른 이슈가 없이 잘 성장하는 듯하여 마음이 놓인 오늘!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크는 것이 임무인 우리 아기에게 앞으로도 더 바랄 것 없이, 엄마의 무리한 욕심 없이, 그저 바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든 그런 하루이다.


이 욕심 없는 마음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하!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일흔두 번째 날이다.


내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 내 생일이자 개천절이다.


내 생일은 공휴일이어서 생일 하루를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생일을 아주아주 좋아한다. 아기가 있기 전에는 생일 노래를 직접 만들어 부를 정도로 말이다!!

학창 시절엔 늘 시험기간이 걸려있어 제대로 놀지도 못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시험이란 제약이 없어져서 내 생일이 더 좋아졌다.


아기의 영유아검진을 마치고, 미리 예약해 둔 나의 생일 케이크를 찾으러 세 식구가 함께 베이커리를 들렀다.

원래 같으면 남편이 케이크를 몰래 예약해 두었다가 생일날 짜잔- 하고 보여주는 게 관례(?)였는데, 아기를 낳고 나니 그런 서프라이즈가 참 어렵다.


그렇지만, 이제는 귀여운 우리 아기가 박수를 치며 엄마 생일을 축하해 줄 수 있다는 게 더 행복한 일!


작년에 이어 아기와 함께하는 두 번째 나의 생일날.

작년엔 산후조리원에서 막 나와서 아기가 눈도 못 뜬 채로 생일케이크 앞에 앉아있었는데, 이제 어엿하게 박수도 치고 귀여운 옹알이도 마구 할 수 있는 아기의 모습이 문득 또 신기하다.


나의 생일은 또 다른 말로 엄마의 출산 기념일이라는 것 또한, 내가 출산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감정!


내일 엄마를 만나면 나를 낳느라 애쓰셨다는, 감사의 인사를 또 한 번 전해야겠다. 엄마에게도 출산의 순간만큼은 지금도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


아, 그리고 개천절에 나를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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