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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Oct 04. 2024

꽉 막힌 퇴근시간 도로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74

하늘이 맑고 높은 요즘.

오늘도 역시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손해 보는 마음이 들 정도로 날씨가 좋아서 세 식구가 함께 나들이를 나섰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서 초록이 쫙 깔린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자연을 만끽했다. 아기는 엄마아빠와 함께 돗자리에 앉아 풀도 만져보고 뛰어다니는 강아지도 보고 하늘을 나는 새도 구경하며,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맛보았다.



아기와 가고 싶었던 두 공원이 함께 붙어있어 두 군데나 바삐 들렀더니, 아기는 피곤한지 차로 돌아가는 길에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다.



남편이 아기를 품에서 재우며 갈 테니 운전을 해달라고 부탁해 와서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마침 나도 집에 가는 길에 운전을 하고 싶던 찰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금요일 퇴근시간대에 운전대를 잡았다.


자동차의 빨간 불빛으로 가득 채운 대로였음에도 불구하고, 차 안에서 틀어놓은 잔잔한 노랫소리 그리고 곤히 잠이 든 아기와 남편까지- 순간 우리의 차 내부에서만큼은 평온함이 느껴졌다.


내가 밟는 대로 서고 또 멈추는 차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며, 막히는 도로 위에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로 인해 불긋해진 하늘을 맘껏 구경해 보았다. 한강 반대편, 꽉꽉 막히는 차들의 빛나는 헤드라이트마저 예뻐 보여서, ‘오늘 내가 많이 즐겁고 행복했구나!‘싶었다.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 잠에서 깬 아기는 에너지 충전이 잘 되었는지 뒷자리에서 아빠와 꺅- 꺄악 거리며 즐겁게 놀았고, 그렇게 무사히 세 식구가 집으로 잘 도착했다.


꽉 막힌 도로여서 시원하게 액셀을 밟기보다 잦게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오랜만에 즐거이 운전을 했다.

남편이 아기와 함께 있으니, 내가 아기가 잘 있는지 불편하진 않은지 신경을 덜 써도 되었기 때문에 말이다.


오늘 나는 이렇게, 공원에서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고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자유로움을 맛본- 그런 행복한 금요일을 보냈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일흔네 번째 날이다.


아기가 요즘 정말 부쩍 표정도 다양해지고, 제법 우리의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말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따라 하며 학습하는 것일까!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기들은 대단하고 참 똑똑하다.


태어난 지 일 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태어났을 때보다 훨~씬 진화(?!)한 아기의 모습을 보면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엄마아빠의 말을 듣고 대답하지는 못하지만, 본인이 알고 있는 단어나 말이 나오면 바로 행동을 개시하는 아기를 보면서 앞으로 더 말조심 행동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좋은 모습, 좋은 말을 보고 들으며 바르고 예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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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좋은 거울이 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보는 그런, 결의에 찬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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