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74
오늘은 일 년 365일 중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나의 생일날이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제 우리 아기가 태어난 날이자 결혼기념일인 9월 15일도 가장 좋아하는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 남편이자 구 남자 친구와 함께하는 열두 번째 생일!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생일이 다가오기 이주일 전부터 10월 3일 만을 기다리며 즐거워하던 나였는데, 아기가 생기니 살짝 시큰둥해진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생일을 그토록 좋아하던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남편이 사뭇 놀란 듯한데- 그도 그럴 것이 생일을 이틀 앞두고도 어디를 가서 무엇을 먹을지와 같은 계획을 하나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같았으면 모든 계획이 착착 세워져 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생일 전날에서야 엄마아빠 댁에 가서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최종 결정을 하였다.
남편이 써준 감동적인 편지 속에는, 내 생일날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 잘 한 결정 같다는 이야기도 들어있었다. 아기를 낳고 나니 부모님께 감사함이 더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러게, 아기를 낳고 나니 부모님께 감사함이 더 들기도 하고 아기와 엄마아빠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더 행복해지기도 하니, 내 생일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은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우리 엄마아빠와 아기가 애착형성이 완벽하게 된 덕에 아기를 맡아주셔서 남편과 내가 자유시간을 얻기도 했으니, 이 얼마나 서로 행복한 일인가! 하하
급작스럽게 찾아간 곳에서 정말 끝내주게 멋있는 일몰을 보며 우리의 삶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눈 순간은,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일 듯하다.
쌀쌀한 날씨에 서로를 오랜만에 꼭 안고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마 아기와 함께였으면, 아기가 추울까 싶어 아기를 안아주기에 바빴을 것이다.)
평범한 듯했지만, 갑자기 만난 선물 같은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노을에 내 생일이 다시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딸이 태어난 날에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도록 개천절에 나를 낳아주신 엄마아빠께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그리고 제 엄마아빠로 늘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말씀드려 보는- 오늘은 행복이 가득한 나의 생일날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일흔네 번째 날이다.
어젯밤에 받은 남편의 편지에 뒤이어, 아빠에게 편지를 한 통 받았다.
편지지의 앞 뒤 한 장을 꾹꾹 눌러 담아 채운 아빠의 마음을 읽으며,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아기가 태어난 후로 인생 최고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시다는 이야기, 딸 사위가 열심히 아기를 키우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지신다는 이야기, 그리고 매일 밤 엄마아빠가 나의 감사일기를 읽고 주무시는 게 루틴이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아빠의 행복과 사랑, 그리고 고마움이 꾹꾹 담겨있었다.
그러고 보니 출산한 날에 아빠가 병실에 잠깐 몰래 찾아와 전해주고 가신 편지에도 눈물이 콸콸 흘렀는데, 그로부터 약 일 년 만에 눈물이 절로 나오게 하는 아빠의 편지를 이렇게 또 한 번 받았다.
언제나 정갈하다고 생각하는 아빠의 글씨체가 빼곡히 담긴 소중한 이 편지. 그 어떤 것 보다도 마음 따뜻해지는 최고의 생일선물이 아닐까 싶다.
좋은 편지는 읽고 또 읽고 싶어 진다. 이 글을 마치고 한 자 한 자 곱씹으며 또 한 번 읽어봐야지!
(엄마는 편지 언제 써주실 거예요? ㅎㅎ)
이렇게 오늘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가족들과 함께해서 무척이나 행복했던 그런 날이었다. 이제 내년에 또 찾아올 나의 생일을 기다리며- 10월 3일에게 작별 인사를 고해 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