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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Oct 05. 2024

너의 미소는 내 기쁨이자 묘약이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75

아기의 웃음은 보는 이를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갓난아기 시절, 일상 중에서 수면시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때에 아기는 종종 배냇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웃음은 사회적 웃음이 아니라 얼굴 근육이 저절로 움직이는 생리적인 웃음이라고 하지만, 그 예쁜 미소를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온 세상의 평화를 다 가진듯한 평온한 미소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 각고의 노력을 하여 카메라에 그 예쁜 미소를 담아놓고 아기가 잘 때 그 사진과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이제는 완벽히 사회적 미소를 짓는 아기!

내가 장난을 걸면, '엄마가 장난을 또 언제 걸어주시려나?' 하는 표정으로 기대에 찬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갑자기 장난을 시작하면 꺅꺅 소리를 내며 한껏 웃는데, 그 표정과 웃음소리를 자꾸자꾸 듣고 싶어서 아기에게 자꾸 장난을 걸곤 한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법 짜증도 내고 앙앙 울기도 하는 아기를 보면 때론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자기표현을 하며 잘 성장하고 있구나.' 하고 이내 마음을 다스려보는 요즘이다.


아기의 손톱을 깎는 것도, 코에 식염수를 넣고 막힌 코가 뚫리게끔 도와주는 것도 이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이 또한 커가는 과정이려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아기 때는 잘 움직이지 못할 뿐더러, 아기가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인지하지 못했기에 모든 것들이 훨씬 더 원활했다.)


그렇지만 아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저 키와 체중만 늘어난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 즐거운 것, 싫은 것, 짜증 나는 것 등 다양한 감정까지 터득하고 배워나갔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참 대견하게 느껴지기는 하다.


앞으로 조금씩 더 커나갈수록 자기주장이 강해져서 짜증도 더 늘고 떼도 많이 쓴다던데, 그 시기의 우리 아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조심스레 상상해 보며-

그 시기 역시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하니 잘 이해해 주고 현명하게 대처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일흔다섯 번째 날이다.


세 식구가 함께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 아기가 아빠한테 안겼다가 엄마한테 안겼다가를 반복하며 진을 빼놓아서 남편이 특단의 조치로 목마를 태웠다.


엄마와 아빠에게 오가며 정신을 쏙 빼놓던 아기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기분이 좋은지, 엉덩이를 들썩들썩 발을 동동거리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쩜 저렇게 예쁜 미소가 있을까!


아기와 함께 장난을 치며 웃음을 지어 보이다가, 그 모습을 오래 소장해두고 싶어서 재빨리 카메라를 켰다. 아기의 예쁜 모습은 우선 눈과 마음에 충분히 담고서 사진첩에 남긴다는 나의 철칙에 의거하여 말이다.

다행히 기분이 무척 좋은 아기 덕분에 예쁘고 해맑은 미소를 사진첩에 저장해 둘 수 있었다.


아기의 웃음은 묵은 피로를 잠시 잊게 해주는 신기한 효능이 있다. 그 효능 덕에 때로 지치는 듯 느껴지는 육아도 으쌰으쌰 다시 힘을 내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네가 웃으면 나도 그냥 좋아!‘


이것이 바로 육아의 기쁨이자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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