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77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주말만 되면 전국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떠났다.
지금이야 주 5일 근무가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주 6일 근무가 당연했던 시기였기에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오신 뒤에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 것이 당연한 요즘, 토요일에 퇴근을 하신 뒤 두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아빠와 엄마가 문득 대단하게 느껴졌다. 집에서 좀 쉬고 싶으실 법도 했을 텐데 말이다.
내비게이션도 없어서 지도를 보고 여행을 떠나던 시절, 아빠는 종종 길을 가다가 차를 세우고 지도를 확인한 뒤 다시 시동을 걸곤 하셨다. 자동차가 알려주는 대로 가기만 하면 금세 목적지에 도착하는 요즘과는 완벽히 다른 시절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 폭설이 내려서 자동차 바퀴에 체인을 달고 가는데도 불구하고 한껏 내린 눈에 바퀴가 헛돌아 아빠를 제외한 세 가족이 뒤에서 차를 밀었던 기억도 꽤나 선명히 남아있다.
같은 겨울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백산을 오르다가 안경에 자꾸 김이 서려 엄마한테 맡겨놓았는데, 눈이 무릎까지 와있던 탓인지 엄마가 내 안경을 잃어버렸던 기억도 말이다.
주말마다 거의 매번 여행을 떠났기에 전국에서 가보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이지만, 기억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건 내가 어느 정도 크고나서부터 간 여행지들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위해 아주 어릴 적부터 여행을 데리고 다닌 엄마 아빠께 서운하지 않을 소식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여행을 다닌 횟수만큼이나 엄마아빠의 사랑이 가득 채워졌다는 사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행을 떠난 건 결국, 오빠와 내가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단 걸 아기를 키우고 나서야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자식에게 많은 경험을 심어주려, 최선을 다해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보며!
우리 아기에게도 좋은 것들을 많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일흔일곱 번째 날이다.
얼마 전에 갔던 에버랜드를 다시 또 방문했다.
그림책에 나와있는 동물 친구들을 아기에게 보여주기 위해 말이다. 지난번에는 늦은 오후에 방문해서 보지 못했던 동물친구들을, 오늘은 많-이도 구경할 수 있었다.
아기는 동물 친구들을 보며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훗날 13개월 차에 다녀온 첫 동물구경의 날을 기억하기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기의 행복 세포에는 즐거웠던 오늘의 감정이 깊숙이 저장되어 어제보다 더 행복한 아기가 되었기를 바라볼 뿐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부모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우리 부모님의 노력들.
그 노력을 그대로 본받을 수 있다면, 아마 아기에게 더할 나위 없게 최선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 우리에게 열정을 다하여 많은 것을 보여주신 엄마 아빠께, 이렇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