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육아일기 #1
지난가을, 100일간의 글쓰기를 끝내고 좀처럼 돌아오지 못했던 브런치.
분명 글쓰기 굳은살이 배겼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새해가 시작되었고 어느덧 2월의 중순을 바라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시 노트북을 꺼내 글을 남기고 싶어졌다.
약 사 개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얼마나 더 성장했을까 얼마나 좋은 모습으로 변화했을까 생각해 보면- 아주 곰곰이 생각해 보면- '흠, 잘 모르겠다'는 답이 나온다.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면서, 매일 더 나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꾸준히 한 듯하다.
이런 엄마와는 다르게, 매일같이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발견해 낸 기특한 우리 아기.
사 개월의 시간 동안 엉금엉금 기던 아기는 아장아장 걷게 되었고, 온갖 동물 소리를 개인기로 갖게 되었으며, 말귀를 다 알아듣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하게 되었다.
(여담으로, 내가 날아가는 까마귀를 내 머리 위쪽으로 소환할 만큼 까마귀 소리를 참 잘 내는데, 그래서인지 아기의 까마귀 소리도 꽤 그럴싸하다. 까마귀를 부른 건 진짜다. 나도 깜짝 놀랐다!)
아기는 보호해줘야 할 소중한 존재이지만,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발전하고 변화하는 걸 보면 배울 점이 있는 참 귀중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매일 세상을 탐구하고 배우고 신기해하는 그 눈동자 덕에, 그 순간만큼은 나도 이 세상을 마냥 신기하고 즐거운 것들이 가득한 곳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를테면 하늘에 떠다니는 비행기를 발견하고는 '으 으-!' 하며 행복해하는 아기의 모습을 자주 보다 보니, 내가 비행기를 먼저 발견하면 아기보다 더 호들갑을 떨며 좋아한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또 나로서는 좀처럼 신기한 것들을 찾기 어려운 우리 집 안에서, 아기는 매일같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한다. 곧이어 엄마의 제지가 들어온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아기의 뒷꽁무니만 졸졸졸 따라다니는 나의 요즘이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이 서랍 저 서랍 이 문 저 문을 열어가며 탐색하는 아기는 오늘 또 얼마나 많은 배움을 했을까? 엄마와 잠시 다녀온 산책길에서 뽀득거리는 눈을 밟으며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오늘 하루의 일을 종알거리며 떠드는 아기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그런 밤이다.
� 내일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해가 또 밝아오면, 아기와 평생 돌아오지 않을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지금 이 시간들은 분명 우리에게 다신 없을 소중한 시간들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