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표정의 전원버튼은 OFF

자유가 이리도 소중한 것이었다니

by 마마튤립

며칠 뒤면 엄마가 된 지 어느덧 21개월 차.


나는 종종 자유를 원한다고 목놓아 외치곤 한다.

전에 봤던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들었던 노래를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난 자 유 를~ 원 해~!!!!"


관객은 기껏해야 아기와 남편 정도.

내 짤막한 노래를 듣고 박수 쳐주는 이는 없지만, 그래도 아내의 고된 나날들을 알고 위로해 주고 종종 진짜 자유를 주는 남편이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아기가 없었을 땐 어떻게 보면 매일이 자유였던 건데, 역시 사람은 경험을 해야 뭐든 깨달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자유와 뒤바꿀 만큼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워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아기가 늘 내 곁에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일도 본격적으로 하고 싶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데, 언제 즈음 그게 가능할까 생각해 보면 여전히 눈앞이 아득해진다.

물론 지금 당장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내면 이 모든 게 가능해지겠지만, 먼 훗날 돌아봤을 때 아기의 이 짧은 시기에 최선을 다 하지 않았음을 후회할까 봐 꾸욱 참는 중이다.


후회한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로 돌아와 다시 살 순 없는 노릇이니까.


어휴- 그래도 그렇지, 아기와 하루 종일 있다 보면 가끔은 정신적인 에너지가 모두 소모되곤 한다.

그런 날이면 남편이 퇴근함과 동시에 내 표정의 전원 버튼을 'OFF'로 꾸욱 눌러버린다.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퇴근과 동시에 웃음을 잃게 되는 그런 형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아기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고, 동요가 아닌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집안일을 하고 있자면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여기에 더하여 운동을 가거나 일 혹은 독서를 하면, 마음은 어느새 다시 물렁해져서 다음 날 아기와 함께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


나는 내가 한 일에는 후회를 남기지 않는 성격이라 그렇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아기와 둘이 꼭 붙어있는 이 짧디 짧은 시기를 더 열정적으로 보내지 못함을 후회할까 걱정될 때가 있다.

나의 인생만 사는 거라면 후회할 일도 없겠지만, 나의 영향을 100% 받는 스펀지 같은 아기가 곁에 있으니 우려가 되는 것이다.


그럴 때면 '덜 힘들어해야지, 덜 지쳐야지, 더 즐겨야지, 더 예뻐해 줘야지!' 하고 내게 최면을 걸어본다.

찬란한 이 순간은 정말 깜빡- 하고 순식간에 지나갈 테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도 나는 또 지치고 힘들어하는 날이 분명 오겠지만, 틱톡틱톡 여지없이 시간은 정확히 흘러가니까 그 시간에게 나의 몸을 맡겨봐야겠다.

그러다 보면 우리 아기와 함께 마주 앉아 커피 한 잔 하는 날이 오겠지.


그날까지 부단히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나는 한 아이의 세상 전부인 엄마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