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꽃은 꽃말을 꼭! 확인하세요
프로포즈 꽃다발을 주문하고 싶다는 분의 연락을 받았다. 장미꽃보다는 프로포즈 용으로 흔하지 않은 꽃이 좋겠다고 하시면서 보내주신 사진에는 '아네모네'가 있었다.
아네모네는 여리여리한 잎에 비해 생명력이 꽤나 있는 편이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오묘하고 고혹적인 색감에 깊이 빠져들게 되는 그런 꽃이다. 그리고 오므라들었던 꽃이 온도에 의해 잎을 쉽게 펼쳐, 조금만 바라보고 있자면 금세 활짝 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보라색 아네모네를 가득 담은 꽃다발을 주며 하는 프로포즈라- 물론 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 순간의 행복이 영원히 기억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프로포즈 꽃다발 관련 상담을 마치려는 찰나, 문득 아네모네의 꽃말이 생각났다.
'배신', '속절없는 사랑'
너무나도 예쁘고 여린 꽃에 이런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달으며 꽃말을 전해드리니, 차마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감사해하셨다. 결론적으로 프로포즈 꽃은 '튤립'이 되었고 행복한 순간에 '애정, 영원한 사랑, 배려'라는 꽃말이 함께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꽃말'이란 의미와 단어가 참 새롭게 느껴진다. 예쁜 꽃들마다 제각기 가지고 있는 숨은 의미가 다르다니! 아네모네와 같이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의 꽃말을 가진 꽃을 보면 괜스레 안쓰럽게 느껴지고 '그래서 네가 더 예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각 꽃에 담긴 수없이 많은 의미. 꽃에 '꽃말'이란 걸 붙이기 시작한 건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약 13세기부터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던 꽃말(Floral code)은 터키 왕조 오스만 제국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20년 유럽에서 [꽃의 언어: Language of Flower]라 불리는 책이 출판되기까지 하며, 많은 대중들에게 언어의 한 부분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남녀의 사랑이 지금처럼 자유롭지 않던 옛날, 서로의 마음을 꽃에 대변하여 표현하기 위해 '꽃말'이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꽃을 받은 상대가 'Yes'면 꽃을 입술에 대고 'No'라면 꽃잎을 떼어서 바닥에 버렸다고 하니 로맨틱함과 극도의 냉정함이 함께 공존하는 느낌이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꽃의 언어가 너무나도 많아 유럽 여성들에게는 이 꽃말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공부 중 하나였다고 하니, 지금의 시대와 비교했을 때 사랑을 주고받는 방식이 더 로맨틱하고 절절해 보인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요즘 시대에 꽃말의 역사를 찬찬히 보고 있자니 마음이 한결 촉촉해졌다.
꽃 하나에 마음을 담아 사랑을 주고받던 그 옛날,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꽃 한 송이를 고심하며 골랐을 떨리는 누군가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 같다.
'꽃 한 다발이 아니어도, 한 송이라도 좋다.'
그 한 송이에 마음을 한가득 담아 고백했던 옛날처럼 감사한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빠르게 적고 빠르게 읽혀 금세 잊어버리는 텍스트가 아닌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아름다운 꽃의 모습과 그
'꽃의 말'
당분간 만지는 꽃들의 꽃말은 모두 기억해둬야겠다. 그리고 언젠가 꽃의 언어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로맨틱하고 감동스러운 순간을 만들어보리.
Selene Florist. hy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