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서 누리는 사계절 행복
매년 4월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봄이 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뉴스에서는 전국에서 벚꽃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내보내고, 조용한 방 안에 있노라면 바깥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활기찬 아이들의 소리가 전해지면 괜스레 더 힘이 나는 듯하다.
따뜻해진 봄날의 햇볕에 케케히 묵은 이불을 빨아 말리기도 하고 집안 분위기를 산뜻하게 바꾸어보기도 한다. 아, 그리고 어두침침했던 겨울옷도 장롱 속에 깊숙이 넣어두고 예쁜 색상의 봄옷도 꺼내든다.
봄은 이렇게 우리를 깨우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곤 한다.
‘봄’이라는 단어의 어원은명확하게 정해진 바 없지만 ‘보다’라는 동사에 명사형 접미사인 ‘옴’이 붙여 만들어졌다는 말이가장 가슴에 와닿는다.
‘보다->보옴->봄’
만물이 싹트는 계절이니만큼 알록달록 볼 거리가 많은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봄.
그 다채로운 자연의 색을 보기 위해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 이곳저곳 봄나들이를 떠나나 보다.
언젠가부터 나는 사계절 나들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차를 타고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자연을 느끼는 것은 나들이를 즐기는 나의 방식 중 하나이다. 꽃을 시작한 뒤로 계절에 따라 나무, 잔디, 꽃의 색이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게 더욱 즐거워졌다. 내 발로 바닥을 꾸욱꾸욱 밟아가며 계절을 온전히 바라보는 순간들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그 때만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자연을 즐기면서 행복을 얻는데, 무려 공짜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초봄에는 움트기 시작하는 싹이 참 귀엽고 완연한 봄이 되면 형형색색의 꽃이 피는 모습이 참 예쁘다. 봄이 되면, 괜스레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아 그 해의 계획을 세우는 적이 많았다. 늘 다 지키지는 못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마치 내 인생이 화려한 꽃들로 수놓아질거라는 느낌이 충만해져 기분이 참 좋다. (도대체 언제 다 지킬 수 있을까?)
여름이 되면 너무나 뜨겁지만 그 햇살 아래에서 산들거리는 청량한 초록 잎들이 활기를 전해준다.
특히 아스팔트 블록 사이사이에서 하늘거리는 귀여운 강아지풀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기 때문에,
집에 가는 길에 조금 멀고 덥지만 강아지풀을 관찰하다가 삥-둘러 돌아가기도 한다. 정말 다양한 초록색을 만나볼 수 있는 계절이기에, 고개를 들고 나무들을 바라보며 걷는 적이 참 많은 시기이다.
가을이 되면 초록빛의 잎이 천천히 그라데이션으로 변해가며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요즘 들어 그 모습이 참 예뻐 보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진한 초록색이었던 잎들이 어느새 진한 노란색으로 바뀌었을때 마음에서 벅차오름을 느낀다. 묵묵히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계절을 전해주는 나무들이 괜히 기특하게 느껴지기 때문인가 보다.
(단풍이 물드는 게 예쁘게 느껴지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는데, 큰일 났다!)
겨울이 되면 비록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지만 그 나뭇가지 위로 쌓이는 눈 덕분에 자연이 만든 하얀 트리를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하늘이 맑은 새벽에만 맛볼 수 있는 청량한 공기를 코로 슈웅 하고 들이마시면 청량음료를 들이킨 것 처럼 온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잠들어있던 정신을 깨우기에 제격이다.
이렇게 사시사철 자연을 구경하며 나들이를 하다 보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동심을 되찾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기에 시간이 빨리 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고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여전히 난 아직도 궁금한 것 그리고 신기한 것 투성이다. (그렇다고 세월이 느리게 흘러간다고 느껴지는 건 아닌 듯하다. 매우 슬픈 일이다!) 나 역시도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이 빠르게 가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매번 보는 장면들이 당연하기 보다는 항상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하기에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모든게 자연 덕분이다.
며칠 전, 잠시 집 앞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예쁘게 그라데이션 된 이파리를 발견하고 몇 분 동안 가만히 쭈그려 앉아 관찰을 했다.
따뜻한 봄볕에 돋아난 새싹이 어떻게 자라나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는데, 안타깝게도 그 이파리를 본 자리까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시 동네 산책을 나섰을 때에는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나무를 점찍어놓고 그 나무가 사 계절 동안 어떻게 변해가는지 관찰해 봐야겠다.
봄을 느끼러 멀리 가지 못하는 이들도 이런 소소한 방식으로 각자의 봄을 즐기며 그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자연을 온전히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여름, 가을, 겨울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그 계절을 맞이하며 각자의 소소한 나들이를 통해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계절을 맛보다 보면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 더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다 보니 지금 당장 나의 나무를 찾으러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미세먼지가 없는 깨끗한 하늘이 날 반기는 오늘, 얼른 나갈 채비를 한 뒤 나의 나무를 만나고 와야겠다.
Selene Florist. hy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