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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Jul 26. 2024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너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005

오늘은 아기가 내 얼굴을 관찰하다가 볼을 한 번 쓰다듬었다.

그래서 '엄마 아이 예뻐! 해주는 거야?' 하고 물어봄과 동시에, 작지만 힘이 좋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콱 잡아버렸다. '아이 그러면 엄마 아야 해~'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주는 아기라니 멋진걸?


육아를 하다 보면 가끔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들은 그 순간들을 온전히 느끼며 행복하게 보내려고 하는 편이다.

그리고 오늘은 특히 더 그런 날이었다.


아기가 졸려해서 같이 침대로 들어와 아기가 잠들기를 기다리는데,

( 우리 아기는 졸려서 눈을 비비면서도 사방팔방을 돌아다니고 엄마랑 꺄르르 장난을 치고 난 뒤에야 잠에 든다. 다른 아기들도 그러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

침대 가드에 매달려 두 다리를 동동거리며 신나 하는 아기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1년 전만 해도 뱃속에 있던 생명체가 이렇게나 커서 엄마랑 눈을 마주치면 해맑게 웃기도 하고 재미있는 표정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까르르하는지, 너무 신기하고 감격스러워 그랬다.


아기와 함께 하는 매일이 길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분명 훗날 이 시기를 추억하면 너무나 찰나 같아서 사무치게 그리워할 것이 뻔해서 그러기도 했다.

순간 아기와의 소중한 시간을 힘들게 느꼈던 때가 떠올라 미안해지기도 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여전히 침대 가드에 매달려 해맑게 노는 아기를 확인하곤 재빨리 눈물을 쓱쓱 닦았다. 눈시울은 붉어졌겠지만, 나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으니 눈치채지 못했으리 하고 생각해 본다.


언제나 그렇듯 길게만 느껴지는 힘든 순간도 지나고 나면 너무나 찰나 같은 순간이다. 매일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먹여주고 잠을 재워주고 옷을 입혀주고 하고 있지만 이 또한 곧 하나씩 졸업할 일들이니, 지금 이 순간을 온 마음 다해 보내자고 다시금 다짐해 보는 하루이다.


후회 없이 육아를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기는 하지만,

아기에게 훗날 '엄마 아빠는 너를 정말 온 마음 다해 사랑하며 육아를 했었단다. 그때도 지금도 우리 가족이 서로 이렇게 깊이 사랑해서, 또 우리 가족이 함께여서 정말 정말 행복해!' 하고 말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사랑으로 가득히 채워가며 보내야겠다.


그리하여 아기가 사랑 가득한 사람으로 커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다섯 번째 날이다.



태어난 지 316일째 된 아기에게, 갓 태어난 1일째 모습을 잠깐 보여줬다.

거울을 통해 아기의 표정을 보는데, 거울 속 본인과 휴대폰 사진 속 본인의 모습을 번갈아 보더니 '나 많이 컸네' 하는 듯한 뿌듯한 표정을 지어 남편과 박장대소를 했다.


고작 316일밖에 안 됐지만 아기는 정말 무한한 성장을 했다.

태어나고 2-3년 내에 많은 성장을 한다는데 정말 그렇게 느껴진다.

앞으로 무한히 성장해 나갈 아기의 날들이 몹시 기대된다.


한 생명체의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감사하다.

자식을 키우는 최종 목적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이라고 하는데, 이를 언제나 명심하며 자식은 나의 소유물이 아님을 늘 마음속에 담아두고 살아가야겠다.


'이 쪼꼬미 귀염둥이를 어떻게 독립시키지!' 하고 벌써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엄마이지만, 남편과 함께 으쌰으쌰 하며 우리 아이를 독립적이고 바른 인격체로 커나갈 수 있게 도와야겠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남편, 그리고 우리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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