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튤립 Jul 25. 2024

나 혼자 운전하고 나 혼자 지하철타고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004

아기가 생기고 나서 우리 차 뒷좌석에는 아기 카시트가 두둥-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그리하여 아주 가끔 혼자 운전을 하고 약속을 갈 때도 귀여운 우리 아기의 흔적을 싣고 다닌다.


아기와 함께하면 운전을 할 때 뒷좌석에 앉아 세 가족이 함께 갈 때 모두, 아기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조금만 불편하거나 졸리면 칭얼거리거나 울기 때문에 늘 예의주시하며 동요를 불러주고 말도 계속 걸어주며 놀아주곤 한다.


옆에서 울음을 멈추지 않아 목적지에 오갈 때 애를 먹은 적이 있었기에, 어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는 차 안에서 칭얼거릴 조짐이 보이면 온갖 수단을 동원하게 되는데,

노래 부르기, 웃긴 표정 짓기, 딸랑이 흔들기, 떡뻥 쥐여주기 등등을 번갈아가며 해주곤 한다.


컨디션이 좋을 때엔 발을 동동 구르며 지나가는 차도 구경하고 귀여운 소리도 내지만, 아무래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는 답답함 때문에 쉬이 불편해지나 싶다. 얼마나 움직이고 싶을까 안쓰럽기도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니 옆에서 달래줄 수밖에!


이렇게 아직 돌이 채 되지 않은 아기와 함께 움직일 때엔 언제나, 아기가 배고픈 시간이 아닌지 졸리진 않은지 등 아기의 상황을 파악한 뒤 출발을 한다. 그래야 적재적소의 해결책을 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와 함께 하는 드라이브는 이렇다면- 혼자 하는 드라이브는 상황이 완벽히 달라진다.


자동차 안에서 흐르는 노래는 동요가 아닌, 순전히 나를 위한 곡들로 변한다. 가만히 노래를 듣다가 목청껏 따라 부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운전에 집중해 보기도 한다. 아기는 뭐 하나 궁금하고 보고 싶기도 하지만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도 충분히 즐겨보려 한다.

또 다른 교통수단인 지하철.

요즘 나에게 지하철을 탄다는 행위는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뜻이기도 한데, 별생각 없었던 지하철 타기가 이렇게 즐거운 일일 줄 몰랐다.


예전에는 자리에 꼭 앉고 싶어서 역에 정차할 때마다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던 적도 있는데, 요즘에는 자리에 앉으나 서나 둘 다 상관이 없다. 물론 자리에 앉으면 금상첨화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어폰을 가져오지 못했으면 음악이 없는 대로, 이어폰이 있으면 있는 대로 자유의 시간을 만끽한다. 운전할 필요도 없으니 때론 더 자유롭기도 하다. (운전은 운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지만, 막히는 시간에 운전하는 건 혼자여도 재미가 없다!)


예전에는 혼자만의 시간이 이렇게 필요한 줄 몰랐는데, 아기를 낳고 보니 짧은 시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육아의 질을 얼마나 올려주는지 몸소 체감을 하는 요즘이다.

누군가와 만날 약속이 있는 날이면, 아기를 돌볼 때 설령 힘든 시간이 찾아오더라도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외출이 꽤나 큰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매일 아기의 성장을 보고 아기와 함께 눈뜨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은 두말할 것 없지만, 이 또한 내가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건강해야 가능한 것이니까 말이다.


나 혼자 지하철, 나 혼자 운전,

가끔 하면 꽤 재미있다!



오늘은 육아감사일기 네 번째 날이다.


오랜만에 친구와 평일 약속이 있었는데, 엄마 아빠께서 아기를 보러 와주신 덕에 조금 더 빨리 집에서 나설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한 육아데이여서 행복했고,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면 언제나 나갔다가 오라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언제나 감사하다.


습하고 더운 여름이어서 지하철로 가는 길에 땀이 났지만 지하철 안이 냉장고 안처럼 시원해서 좋았다.


그리고 친구와 내리는 비를 보며 차 트렁크에 앉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해서 더 좋았다.


오늘도 이렇게 감사한 것 투성이인 하루가 간다.


내일은 어떤 감사할 일이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아기를 낳고 줄어든 스크린타임, 늘어난 독서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