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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Jul 23. 2024

작전명, 출산 전 몸무게를 되찾아라!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002

아기를 낳기 전날 마지막으로 체중계에 올라보니, 원래 몸무게에서 딱 13kg이 늘어났다.

난생처음 보는 6자에 슬퍼할 새도 없이 몸무게가 쭉쭉 늘어 '이걸 다 언제 빼지?' 하고 겁이 났는데, 한 가지 위안되는 점은 딱 정상 범위로만 체중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임신 후기 즈음에는 친구들을 만나면 배만 나오고 다른 곳은 찌지 않아 보인다고 했지만, 나만 아는 그 미묘한 변화가 때론 슬프기도 했다. 아기를 낳는다고 바로 3-4kg가 빠지는 게 아니라 서서히 시간을 두고 빠진다고 하는데, 원래 입었던 옷을 입을 수 있을까? 하는 울적함도 함께 왔다.

배가 커지면서 흉곽도 벌어지고 골반도 벌어지기 때문에, 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은 터라 막연하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건강하게 아기를 낳는 것이 지금 제일 중요한 일이니 우선 아기를 낳고 노력해 봐야지, 하고 다짐했다.


아기를 낳은 다음날,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체중을 잴 수 있는 곳이 있길래 기대되는 마음으로 한 번 올라갔는데 아차, 괜히 올라갔다 싶었다. 양수와 아기 몸무게를 합하면 3kg 이상은 빠져 있어야 정상 아닌가?

그러나 내 몸무게는 고작 1kg 정도밖에 줄지 않아 있었다.


어쩐지 배가 아직 임신한 사람처럼 나와있더라니, 휴우하고 아픈 배를 이끌고 회복을 위해 병동 복도를 느적느적 걸어 다녔다.


조리원에서 그 좋다는 마사지도 받고 회복에 전념했으나, 건강을 위해 잘 먹은 탓인지 몸무게는 쉽사리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때도 육안으로 볼 때는 살이 많이 찌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사진으로 비교해 보면 많이 부어 있기는 하다. 임신으로 인한 체중 증가와 출산으로 인한 붓기가 남아있을 시기이긴 하니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가끔 생각이 나면 원래 입었던 옷들을 입어보곤 했는데, 너무나 충격적 이게도 허리 쪽이 헐렁하던 원피스가 골반에서 걸려 들어가질 않았고 헐렁했던 바지 역시 절대 잠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상이다!

빠른 회복을 위해 릴렉신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기에 운동을 빠르게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잠깐! 릴렉신 호르몬이란?>

릴렉신 호르몬은 출산을 위해 골반을 이완시키고 자궁수축을 막아주며 태아가 성장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호르몬이다. 출산 시에 관절을 부드럽게 하여 골반을 쉽게 벌어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호르몬이지만, 관절 인대 뼈 근육 등을 느슨하게 하여 조금만 무리해도 몸의 골격이 쉽게 틀어진다. 임신 5개월부터 출산 후 100일까지 분비되며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면 몸의 형태가 그대로 굳어버리기 때문에 릴렉신 호르몬이 나오는 시기에 몸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산후 60일이 조금 넘은 시점부터 필라테스를 다니며, 벌어진 흉곽과 골반을 원위치시키려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 좋아하던 강도 높은 운동은 하지 못하고 지루할 정도로 느린 움직임과 호흡 위주로 운동 시간을 채워나갔지만, 조금씩 보이는 몸의 변화에 다음 수업을 또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출산 후 313일이 된 지금, 약 3kg 정도만 빠지면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는데 재작년에 입던 여름옷들이 쏙쏙 잘 들어가 버릴 옷이 하나 없다는 게 무척이나 기쁜 점이다.

땀이 많은 나는 여름에 언제나 나시를 즐겨 입기 때문에, 원하는 팔을 갖기 위해서는 그럼에도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곧 있을 아가의 돌잔치를 위해 막판 스퍼트를 달릴 차례이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 그날의 감사 일기에 성공적인 다이어트 이야기도 함께 적혀있길 바라본다.



오늘은 감사일기 두 번째 날이다.


10년 넘게 꾸준히 운동을 해왔던 것이,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도 별로 아픈 곳 없이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물론 엄마 아빠가 건강하게 낳아주신 것이 우선이겠지만!

뭐든 꾸준함이 답인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오늘도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를 잠깐 하고 필라테스에 가서 땀을 빼며 운동을 하고 왔다.

운동을 하고 오니 남편이 아기를 잘 재워놓아 주어서 개운하게 씻고 나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다.


건강하게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께, 그리고 언제든 마음 편하게 운동을 가도록 도와준 남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모두모두 사랑해요, 새근새근 자고 있는 우리 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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