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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Jul 22. 2024

우리 집 쪼꼬미 국가대표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001

아기의 커가는 모습을 보면 신비롭기가 그지없다.

어떤 시기에는 어떤 발달을 해야 한다라고 단 한 번 알려준 적이 없는데, 시기에 맞게 새로운 발달의 행태를 보여주고, 또 쉼 없이 다음 자세를 연마하려 노력하니 말이다. 매일 끊임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국가대표가 따로 없다.


갓난아기 때 아기는 누워있는 채로 고개만 느릿하게 움직이다가, 그 후에는 몸을 뒤집으려고 수 없이 연습한다. 누워있는 채로 엉덩이 방향을 왼쪽 오른쪽으로 바꾸어가며 뒤집으려 애쓰는 아기를 보자면, 그 모습이 참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엄마는 뒤집는 거 1초밖에 안 걸리는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우리 아기는 얼마나 힘들까!' 하는 무척이나 쓸모없는 비교도 해가며 아기를 응원했다.

(그렇지만 이런 쓸모없는 생각이 꽤나 도움이 된 점도 있다. 아기가 혹여나 정상 범위보다 발달이 한 두 달 지연이 된다 하더라도, 언젠가 때가 되면 다 잘 걷고 뛰게 되니까 너무 예민하게 바라보지 말고 아기 본인의 성장속도를 믿고 응원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이렇게 쉴 새 없이 연습하여 뒤집기를 마스터하면 아기는 어느새 배밀이를 하며 온 사방을 기어 다닐 준비를 한다. 아기가 기어 다닐 시기가 되면 배를 바닥에 대고 다리를 개구리처럼 계속 파닥파닥 거리는데, 그러다 보면 금세 이마와 머리에 땀이 흥건해진다.


안쓰러운 마음에 조금만 쉬며 하라고 말해도, 엄마 말은 들은 채도 안 하고 쉴 새 없이 끊임없이 파닥파닥파닥 거린다. 매번 끊임없이 새로운 발달을 연습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아기를 보면 너무너무너무 귀여워서, 휴대폰 저장공간이 항상 비상이다.


폭신한 잔디 위에서 기어다니면 아기가 무척 좋아한다!


300일이 넘은 우리 아기는 어느덧 특전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빠른 기어가기가 가능해졌고, 이제는 소파 짚고 서서 올라가기를 연마하고 있다. 기어가기가 쉽사리 가능해지고 나서는 아빠가 퇴근하셔서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 거실에 있다가 문쪽으로 통통한 무릎을 부단히 움직이며 바삐 현관을 향해 간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는데, 아빠의 피로가 사르르 녹을 수밖에 없는 해맑은 미소까지 더해지면 내 마음마저 행복해져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의 첫 번째 날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기랑 놀고 있는데, 갑자기 1-2초 정도 손을 떼고 두 발로 매트에 홀로 서 있는 게 아니겠는가! 오늘 엄마가 육아 감사일기 첫 날인 걸 안 걸까? 센스만점 아기이다.


이렇게 또 새로운 발달이 시작됨을 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부모는 관에 들어갈 때까지 자식을 생각한다는데, 그때까지 시시때때로 변해갈 우리 딸을 언제나 곁에서 지켜보고 든든하게 응원해 주는 엄마아빠가 되겠노라 다짐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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