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커피란? 내가 만들어가는 인생과 커피에 대한 이야기
아침 커피 한 잔은 한국 직장인에게는 특별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이며, 자신에게 주는 응원과 같다. 내게는 더 특별하다. 소위 말하는 핸드드립을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드립포트에 물을 올리고, 원두를 갈고, 드리퍼를 린싱하고, 분쇄된 원두를 넣고 잘 모르지만 레시피에 따라 커피를 내린다. 이렇게 아침 커피는 나에게는 단순한 결과물이나 음료를 넘어, 하루를 준비하는 루틴의 하나가 되었다.
커피 브루잉은 어떻게 보면 쉽고, 어떻게 보면 어렵다. 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원두의 종류, 물의 온도, 원두 분쇄도와 균일도, 추출시간(레시피), 그리고 심지어 물에 녹아 있는 미네랄 양에 따라서도 맛이 변한다. 참 복잡하고 미묘하다. 그래서 다양한 레시피가 있다. 내가 요즘 따라 하는 테츠 카스야의 '악마의 레시피', 커피 원두 구입처인 모모스커피의 레시피 등등.
인생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자라온 환경, 주변 사람들, 국가 등 많은 요소들이 그 사람의 인격과 성공, 나아가서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에 어떤 요소가 성공을 이끌어내고, 나와 가족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 획일적 매뉴얼이란 없다. 하지만, 다양한 자기 계발서들이 성공을 위한 레시피라고 자랑하면서 서점 가판대와 유튜브 알고리즘을 채운다.
어떤 이들은 커피 브루잉은 잘 통제된 변수에 따라서 최적의 맛을 내는 레시피가 있기에, 결과를 통제할 수 없는 인생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브루잉은 원두부터 물의 온도, 분쇄도 등 많은 변수들을 내가 선택하고 시험해 보면서 최적의 레시피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통제 가능한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 입맛이다.(사실 난 커피 맛을 모른다... 아니 몰랐다가 요즘 조금 알아가는 중이다..) 소위 말하는 유명 바리스타의 레시피는 그들의 입맛에 맞추어져 있다. 내 입맛에 맞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좋다고 해서 내게도 좋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찾아 나가야 한다.
이 점에서 인생과 커피 브루잉의 어려우면서도 오묘한 즐거움이 있다. 우선, 인생의 무엇을 통제하고 컨트롤해야 하는지 보는 관점에 따라 인생의 난이도는 크게 달라진다.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상황과 변수들은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 결정하는 내 가치관은 내가 정할 수 있다. 과정을 통제할 수 없지만 결과에 대한 반응을 통제할 수 있게 되니, 오히려 인생은 브루잉보다 쉬운 게임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레시피를 하나하나 시도하고 변형하고 느껴보는 과정이 브루잉에서 중요하고 즐겁듯이, 인생의 선택을 음미하고 돌아보는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 삶은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정답이나 결과만을 위하는 인생이 아니라, 내게 가치 있는 인생을 찾기 위해 시도해 보고 실패하더라도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 결과만을 보려면 직접 커피를 내리는 것이 무의미하듯이 인생도 살아나갈 의미가 없다. 훌륭한 바리스타에게 내 입맛을 맡기듯이, 내 인생을 내 통제 밖의 환락과 유흥에 맡기면 된다. 그러다가 세상을 등지면 된다. 잠이 든 사람에게는 인생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오늘 아침 커피 한 잔과 함께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커피를 직접 내리는 것을 택한 것처럼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내게 말해주고 싶어서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 또한 여러분들만의 과정이고 레시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