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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화 Sep 02. 2024

'위한다'는 말 속의 비밀


(p.206) 

어떻게 해야 주변의 장애인 가정을 도울 수 있을까? 

가정 안에서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는 거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주변에서 도와줄 수 있다.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왜 그러고 사느냐며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라고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주변의 장애인 가정을 도울 수 있다. 자신들의 선의를 오롯이 전할 수 있다. 


-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2018, 푸른숲




유난히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는 이들이 있다. 

상대방을 위한다는 말인데, 가만히 살펴보면 듣는 사람은 그 말 때문에 괴롭다. 

간섭하고, 왜 그렇게 사느냐며 비난하고,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라고 강요하는 말들을 가만히 테이블에 올려본다. 

그 말을 가까이 가서 보고, 뒤집어도 보고, 위로 아래로도 살펴본다. 

결국, 상대를 향한 말이었는데, 그 속은 화자의 만족을 위한 말로 채워진 것을 발견한다. 

상대방을 '위한다'는 게 결국엔 화자를 위한 것으로 탈바꿈한다.

나는 너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너는 나에게 이런 말을 들어도 되는 사람이 된다. 


"왜 그러고 사니?", "이렇게 살아",  "나의 경우를 봐. 이렇게 하면 해결되지 않겠어?" 

화자의 시선, 화자의 방식, 화자의 생각

결국 '상대방'을 위해 쏟아낸 말들의 기준이 '상대'가 아니라 '화자'임을 알아버렸다. 

지금까지 무수히 들었던 '위한다'는 말이 내 귀로 들어왔다가 마음까지 못가고 튕겨 나간 이유, 

그 이유를 찾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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