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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Oct 14. 2021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에 서투른 세대(1)

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취약한 관계 맺기


미래세대는 항상 누군가와 또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오프라인에서는 고립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온라인상으로 다양하게 얽혀 있음으로 해서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2007년에 스마트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래 스마트폰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기 자체의 발전은 물론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역시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몇 인치 안 되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척이나 많다.


사람들과 전화 혹은 문자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기본이다. 커뮤니티나 SNS를 관리하거나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시청하며, 필요한 것을 검색하여 정보를 얻거나 금융거래 혹은 주식거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만히 앉아서 필요한 물품을 쇼핑할 수도 있고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여 식당에 가지 않고서도 집안에서 편리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다. 웹 소설이나 웹툰을 통해 시간을 때울 수도 있고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다. 위치 추적 앱을 통해 친구가 하루 종일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 보니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번거롭게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어도 마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굳이 밖에 나가야 하나?’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고 귀찮게 차려 입고 밖에 나가는 대신 집에서 혹은 자기 방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온라인 환경의 풍요로운 발달이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을 줄어들게 만들고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만남도 줄어들게 만든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연결되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고립된 기이한 현상은 그들을 ‘느리게 성장’ 하도록 만들었다. ‘느리게 성장’한다는 것은 이전 세대에 비해 무언가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시기가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진 트웬지(Jean Twenge)가 쓴 <#i세대>는 천만여 건에 이르는 설문을 통해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로 십대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관찰한 보고서이다.


이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로 미국의 십 대들 사이에서 부모 없이 홀로 외출을 하는 시간이 과거 세대에 비해 줄어들고 있으며 처음으로 성 경험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시기도 이전 세대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 세대는 십 대 중반쯤 되면 담배를 피워 물고 마치 자신이 성인이 된 것처럼 뻐기며 과시하거나 술을 마시고 성인이 된 것처럼 무모한 행동을 하곤 했지만 지금 세대는 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그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차를 몰고 다니기 위해 운전면허를 따는 연령도 늦어지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모아 평소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자기 힘으로 사려는 노력도 줄어들었으며 전반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는 성향이 높아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할 일이 없을 때 무언가 즐거운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밖에 나가 친구를 만나는 것밖에 없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일 외에 집에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집안에서 게임이나 영화를 보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한계가 있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래 그 안에 궁금한 것을 해결할 수 있고 즐거움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나다 보니 굳이 실제 세계에서 그런 것들을 추구하지 않아도 삶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낯선 것에 도전하고 무언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십대의 연령이 늦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한 2007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비록 그 이전에 태어났더라도 성장과정에서 스마트폰을 늘 옆에 두고 생활한 20대 초중반 역시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과거 세대에 비해 느린 성장과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지양하는 현상은 그들의 인간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사람 사이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의사소통 역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미래세대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서투르다. 미래세대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짐작하는 것처럼 문자나 메신저를 활용하여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2019년 12월에 20대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7.6%가 문자나 메신저 이용, 56.3%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SNS 이용, 40.9%가 취업이나 알바 구직, 32.0%가 전화 통화, 그리고 쇼핑과 뉴스 혹은 컨텐츠 구독이 각각 30.5%를 차지했다. 2020년에 10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문자나 메신저가 23%, SNS가 22%, 음악이 20%, 동영상이나 TV가 18%를 차지했다.


이렇듯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전화 통화를 하는 것보다 글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문자나 메신저를 이용하는 비율이 몇 배나 높다. 이런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미래세대가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거나 전화상으로 목소리를 들으며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따라서 그러한 상황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온라인에 접속되어 있었고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말보다는 글이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말로 할 것도 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전화로 통화하는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사람에 따라서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극도로 꺼리거나 심지어는 전화 통화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텔레 포비아(telephobia)’ 혹은 ‘콜포비아(callphobia)’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텔레 포비아나 콜포비아라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09년 경부터였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문자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익숙해진 상황에서 말로 통화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하게 된 것을 텔레 포비아나 콜포비아의 개념으로 발전된 것이다.


실제로 젊은 사람들에게 물으면 ‘문자로만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통화를 하기도 전에 머릿속이 하얘진다’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전화 통화를 하려면 심장이 벌렁거린다’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전화 통화에 앞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물론 과거에도 전화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이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문자나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가 소통에 필요한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고 그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굳이 전화 통화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익숙한 의사소통 형식에서 벗어나다 보니 불편함마저 느끼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태어났거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가 많아지면서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스마트폰은 더욱 진화할 것이고 그것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 또한 그에 맞추어 진화해 나갈 것이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처리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미래 세상에서는 어떻게 실현될지 알 수 없다. 그에 따라 지금은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던 사람들이 외출을 포기하고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보낼 것이다. 자고, 먹고, 일하는 등의 시간을 제외한 여유시간 중 물리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점점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2020년에 조사한 미래세대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하루 평균 6시간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0대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9시간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9시간이라고 하면 자는데 필요한 6시간, 공부하는데 필요한 8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물리적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잠이나 공부시간을 줄이려고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오프라인에서 했던 일들을 불편함 없이 해나갈 것이다.


그럼으로써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변함이 없겠지만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빈도와 시간 측면에서 더욱 감소할 것이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나 전화 통화도 더욱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가정의 해체와 개인주의의 심화, 혼술, 혼밥, 혼쇼(혼자 쇼핑)와 같은 사회문화적 트렌드는 그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더불어 2020년 초반부터 불어닥친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untact)’나 ‘온택트(ontact)’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 잡으면서 면대면(face to face) 의사소통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현상은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더욱 축소시키고 온라인에서의 활동을 더욱 늘려나갈 것이 틀림없다. 하루 중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 활동에 할애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한편으로는 인간관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인식이 만연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참으로 쉽고 가볍다. 누군가에게 친구 신청을 했다가 또 마음에 안 들면 끊어버리면 그만이다. 좋은 사람은 오래갈 수 있지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미련 없이 정리해버린다. 다가가기에도 어려움이 없지만 관계를 끊어버리는데도 장애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미래세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경시하는 풍조를 심어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개인주의가 심화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인간들 사이의 끈끈함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모두 pixabay.com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단, 그래프는 직접 만든 것이며 따라서 인용할 경우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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