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회피
막연한 우려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에 입사한 미래세대들 중에는 직장에서 사람을 사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과거 세대처럼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거나 잘 보이려고 하지 않으며 조직구성원으로써 동화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 자체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데다 회사와 개인 생활을 철저히 분리하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직장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적 수단일 뿐이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일로 맺어진 관계일 뿐이다.
경제적 수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평생 함께 할 것도 아니고 언제든 상황에 따라 혹은 형편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상사나 동료들은 언제든 자신과 갈라설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 번 직장을 떠나고 나면 두 번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니다. 사고방식이나 행동도 자신과는 많이 다르다 보니 굳이 그 사람들에게 마음을 나누어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는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퇴근 후 술자리와 같이 사생활에서 엮일 하등의 이유도 없다. 미래세대가 회식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퇴근하고 동료들과 어울린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선후배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다는 사람도 꽤 있고 상사든 선배든 아쉽지 않을 만큼만 알고 지내려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인간관계에 대해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입사 선배가 친근감의 표시로 반말을 하면 정색을 하며 쳐다보거나 시간이 지나도 말을 편하게 하지 않고 깍듯이 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신입사원이 너무 깍듯이 정색을 하고 대해서 무섭기까지 하다는 리더도 있다. 심지어는 입사 6개월이 지나도록 업무상 필요한 말 이외에는 사적으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신입사원도 있다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짓는 리더도 있다.
과거 세대에게 직장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였고 사람에 따라서는 가정보다 더 큰 우선순위를 갖는 곳이기도 했다. 개인의 삶을 희생하며 직장에만 파묻혀 지내다 보니 직장동료를 마치 친구처럼, 형이나 동생처럼 대하며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늦은 밤 퇴근길에 같이 술을 마시며 사적인 고민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동료가 늦게까지 일을 끝내지 못하고 있으면 함께 나서 도와주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옆에서 자리라도 지켜주려고 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은 ‘동료’의 개념보다는 ‘언젠가 떠나갈 직장에서 스치듯이 만난 사람’에 가깝다. 다른 사람이 일을 못 끝냈다고 해서 같이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고 퇴근 후에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술자리를 같이 할 필요가 없다. ‘나는 나, 그 사람은 그 사람’일뿐이다. 그 시간에 자신의 삶에 신경 쓰는 게 훨씬 이득이라 여긴다. 이들이 개인주의 혹은 이기주의처럼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과거 세대가 자신의 지난날만을 생각하며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대한다면 젊은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과거 세대는 과거 세대대로 젊은 사람들을 인간미 없고 ‘싸가지’ 없다고 탓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과거 세대 때문에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탓한다. 미래세대도 과거 세대도 모두 자기들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에 답이 있을 수 없다. 무조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세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가는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훈육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잔소리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미래세대도 자연스럽게 ‘아, 이 조직은 참 분위기가 좋아. 여기에서는 마음을 열어도 되겠어’라고 느낄 수 있게 조직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과거 세대가 익숙해진 직장 생활처럼 이끌어 가면 안 된다. 미래세대의 인간관계를 고려하면서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은 과거 세대의 입장에서는 배려라고 하는 것조차 피하고 싶은 것으로 여길 수 있으니 말이다.
미래세대에게는 오프라인도 중요하지만 온라인 세계가 더 중요하다. 그들에게 오프라인과 온라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오프라인을 포기하고 온라인을 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은 오프라인에서 인간관계가 틀어져도 온라인에서 커버할 수 있다고 여긴다. 점점 더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소홀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디지털 세계가 심화될수록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베프(베스트 프렌드)’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고 이로 인해 외롭다고 느끼거나 소외된다는 기분을 느끼는 10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진 트웬지의 조사에 의하면 2011년에 비해 2015년에 외롭거나 소외된다고 느끼는 중2, 고1 등 십 대 청소년의 비율은 31%가 늘었고, 고3의 비율은 22%가 늘었다고 한다. 이 수치는 모두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은 비중이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인들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일수록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 얘기는 다시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가 소홀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스마트폰의 세계에 푹 빠져들어 있는 미래세대가 직장에 입사할 경우 기존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들 중 다수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심지어는 공포감을 느낄지 모른다. 부서 내에서의 업무회의, 업무 결과의 보고, 동료와의 협업, 다른 부서와의 업무 조율이나 협조, 고객이나 거래처와의 상담 등 회사의 모든 업무는 기본적으로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것도 글이 아닌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문자와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에 익숙해진 세대가 직접적인 전화 통화나 대면 소통을 어려워한다면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의사소통은 마치 인체의 혈관과 같다. 피가 잘 돌아야 신체가 건강한 것처럼 조직 내에서도 의사소통이 잘 돼야만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다. 리더와 직원 간의 수직적 의사소통, 동료나 이웃 부서와의 수평적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수록 조직은 건강해질 수 있다. 점점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서 생존을 넘어 진화하기 위해서는 수단에 구애받지 않고 조직의 의사소통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대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이 많다면 높은 의사소통의 질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말이 아닌 글로 이루어진 의사소통은 사소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그러한 오해는 갈등의 골을 만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골이 깊어질 수 있다. 작은 상처가 조직을 병들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문자와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것인지 고민함으로써 조직 내에서 신구세대 간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젊은 세대를 몰아붙여서도 안 되고 나이 든 세대처럼 의사소통하길 요구해서도 안 된다. 서로 방식이 다른 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모두 pixabay.com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단, 그래프는 직접 만든 것이며 따라서 인용할 경우 허락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