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질과 내용 측면에서 서투른 의사소통
대화의 질이나 컨텐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자나 메신저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통에 익숙해진 세대가 보여주는 의사소통의 특징은 내용이 짧고 직설적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의 대화는 입이 아니라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글을 쓰긴 하지만 당연히 손가락을 이용하여 글을 쓰는 것이 입으로 말을 하는 것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글을 길게 쓰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도 전에 상대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내가 쓰려고 하는 내용을 상대가 먼저 말할 수도 있고, 무언가 대꾸해야 할 말이 이미 휘리릭 지나가버려 말을 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말을 짧게 할 수밖에 없다. 마치 경쟁하듯이 손가락을 놀린다. 앞에서 보았던 줄임말이 유행하는 이유에는 그런 것도 있다. ‘나 너무 슬퍼’라고 쓰는 것보다는 ‘ㅠㅠ’라고 쓰는 게 훨씬 빠르니 말이다.
어쩌면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이전에는 문자를 보내려면 ‘알’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이 쓰는 요금제에는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알’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다 보니 자신이 가진 한도를 넘지 않기 위해서는 가급적 대화를 짧게 하는 게 유리했다. 이게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면서 짧은 대화가 지속된 것일 수도 있다. 하루 몇 시간씩 이렇게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논리적으로 깊이 있게 사고하고 그것을 글이나 말로 조리 있게 풀어내는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쓰지 않으면 쓰지 않을수록 말솜씨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말솜씨가 없으면 말을 짧게 할 수밖에 없다. 길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니 말이다. 게다가 빠르게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제할 시간이 없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바로 글로 옮겨야 한다. 신중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검열하며 정제하다 보면 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된다. 미래세대가 채팅하는 모습을 보면 여지없다. 짧은 글을 속사포처럼 연이어 보낸다. 상대가 보내온 글을 읽기에도 짧아 보이는 시간에 이미 내가 보낼 글을 타이핑하고 있고, 그 짧은 사이에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통한 문자 채팅에 익숙해진 미래세대는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자신의 이야기를 조리 있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짧게 끊어서 전달할 수밖에 없다. 마치 채팅을 하듯이 말이다. 무언가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이 어느 정도는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훈련이 안 되어 있다 보니 논리는 사라지고 팩트 중심으로 짧은 대화만 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말을 짧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없이 횡설수설하며 장황하게 얘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짧게 끊어서 핵심만 전달함으로써 상대를 이해시킬 수 있다면 말을 짧게 한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없다.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미래세대는 그것조차 안 된다. 말을 길게는 못하는데 그렇다고 짧게 핵심만 간추려 이야기할 역량도 없으니 자기 딴에는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게 횡설수설하는 모습으로 비출 수 있다.
실제로 젊은 사람들에게 보고를 시켜보면 대다수가 핵심은 없이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곤 한다. 말의 앞뒤가 안 맞거나 중언부언하는 경우도 많다. 머릿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제하는 훈련이 부족하다 보니 입을 통해서 나온 말들도 정제되거나 논리적으로 완성도를 갖춘 말들이 별로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 중 상당수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것인지 논지를 파악하기 힘든 것들이다. 의도 파악이 가능하고 뜻이 통할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이런 것을 못마땅하게 볼 수밖에 없다. ‘어려서는 다 그렇지’하며 너그럽게 이해하면 좋으련만 말 하나 제대로 못 한다며 색안경을 쓰고 바라볼 수도 있다. 회사 내에서 세대 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부족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우회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하는 것도 젊은 사람들의 대화 특징이다. 하고 싶은 말을 빙빙 돌려서 하게 되면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고 그것 역시 대화에 적절하게 끼어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포장을 버리고 알맹이만 쏙 빼서 전달하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경우 가급적이면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상처 주는 말을 할 경우 상대방의 표정에 나타나는 변화를 알아채고 그에 공감함으로써 자신의 마음도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처럼 온정주의도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온라인은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굳이 상대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상대를 배려하며 완곡하거나 빙빙 돌려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빙빙 돌려 말하게 되면 온라인의 특성상 의사소통에 오해가 생기거나 잘못이 나타날 수도 있다. 차라리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하는 게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한편으로는 상대를 배려하며 완곡하고 부드럽게 말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대화 스킬도 필요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인지도 모르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본론만 짧고 간단하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가 직장 생활 초기에 의사소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은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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