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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은우 Oct 20. 2021

인간관계와 소통에 서투른 세대(5)

미래세대(The Next Generation)

너그럽고 유연한 의사소통이 필요


미래세대는 얼굴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하고 싶은 말만 간결하게 하고 끝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SNS 활동을 하기도 했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도 한 사람들이다. SNS와 커뮤니티의 특성 중 하나는 직급도 성별도 없는 세계라는 것이다. 나이도 성별도, 사회에서의 직급이나 직책도 SNS 공간에서는 소용이 없다. 초등학생과 직장인이 서로 존댓말을 쓰거나 ‘~님’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SNS다. 이름조차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름 따위도 그 공간에서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명을 드러내지 않고 익명 뒤에 숨을 수 있을 때와 본명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분명 다르다. 더욱 대등한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서로 경어를 써가며 상대방을 존중하기는 하지만 누가 위에 있고 누가 아래 있는 등 물리적인 서열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 SNS나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나 한 사람의 인격자로써 자기 얘기를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자격과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이 동등한 것이다. 그러한 공간에서 수평적 관계에 익숙해져 있던 젊은 사람들은 직위나 직급에 따라 말을 편하게 하거나 회의 시간에 발언의 주도권을 쥐는 현실 세계를 갑갑하게 여긴다.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할 말이 있으면 자유롭게 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보니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상하 간의 관계에 미숙함을 드러낼 수도 있다. 과거의 세대처럼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개 숙이고 그들의 말에 절대 따르려 하지 않는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입사 6개월 동안 인사 한 번 하지 않는 신입사원 얘기가 있다. 신입사원이 입사했는데 무려 6개월간 인사하는 모습을 못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위 선배인 대리급 직원이 참다못해 그 사원을 불러 한 마디 했단다. 이제는 적응할 시기도 지났는데 왜 인사도 안 하고 다니냐고. 아침에 출근하면 인사하고 저녁에 퇴근 전에 인사하고 가면 좋지 않겠냐고. 그러자 신입사원이 한 말은 이랬다. ‘인사는 누구라도 먼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꼭 제가 먼저 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신입사원의 말에 대리 직급의 사원이 혀를 내두르며 올린 글이었다.


여러분이라면 누구 편을 들겠는가? 대리의 편을 들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신입사원의 편을 들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글에 달린 댓글의 상당수가 대리 직급의 사원에게 ‘꼰대’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은 인사를 안 하고 다니는 신입사원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젊은 사람들의 상당수는 신입사원의 편을 들었다. 그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글도 있다. 네이버의 유머 게시판인 ‘뿜’에 올라온 글이다. 이 내용은 신입사원이 입사 첫날 회사 단톡방에 올린 글을 공유한 것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제가 사회생활은 처음이라, 저에게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5분 정도는 늦어도 ‘아이쿠, 그랬어요~??’ 해주기

점심 메뉴 정하라고 하지 말기

퇴근 30분 전에는 일 주지 말기

발표는 되도록 시키지 말기(심장이 쿵쿵 거린답니다ㅠㅠ!)

퇴근 후에 단톡방 울리지 않게 해주기

주말에 뭐 했냐고 묻지 말기

퇴근할 때 밝은 미소로 인사해 주기


웃음이 나지만 실제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글에 달린 댓글은 글쓴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중에는 글쓴이를 옹호하며 ‘당연히 저래야 한다. 다들 꼰대거나 노예 마인드다’라며 글쓴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부서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가?


두 가지 사례를 통해서 볼 때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식이 통하길 바라지만 그들의 사고나 의사소통 측면에서는 기존 세대의 상식과는 전혀 동떨어진 상식을 발휘하는 미래세대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것에 대해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라고 흑백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의사소통이다. 신입사원의 말이 맞는 것도 있을 수 있는 반면 그들의 말이 틀린 것도 있을 수 있다. 역시 기존 세대의 말이 맞는 것도 있을 수 있고 틀린 것도 있을 수 있다. 서로 입장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누가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보다는 서로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조율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알 수도 있고 자신의 의견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의사소통에 대한 기준도 조금 너그러워지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정형화되고 형식적이기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문자와 메신저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심지어는 의사소통의 기본도 모른 채 입사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한 인터넷 포털에는 신입사원이 업무상으로 메일을 보내면서 ‘ㅈㄱㄴ’라고 보냈다며 한숨짓는 내용이 보인다. ‘ㅈㄱㄴ’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줄임의 하나로 ‘제목이 곧 내용’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문체는 카카오톡이나 문자에서는 충분히 허용된다.


하지만 직장 일을 하는 메일에서조차 이런 식의 문체를 사용한다고 하면 그걸 그대로 두어야 할지 아니면 주의를 주어야 할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의를 주자니 ‘꼰대’라고 생각할 것이 두렵고 그대로 두자니 직장을 너무 가볍게 여길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가 입사하면서 이런 고민거리 아닌 고민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리더나 선배들이 많다. 그래도 ‘몰라서’ 혹은 ‘그대로 되는 줄 알고’ 그런 경우라면 교육을 통해서 바로잡을 수 있지만 ‘그게 왜 문제가 되지?’라고 여기거나 ‘굳이 그렇게 따질 필요가 있나?’라고 여긴다면 자칫 잘못하면 세대 간의 갈등으로까지 심화될 수 있다.


보다 유연한 생각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ㅈㄱㄴ’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젊은 시절에는 직장에서 그 비슷한 말을 썼던 것 같다. 업무상으로 메일을 보내면서 제목을 적고 그 옆에 ‘냉무’라고 적어 보내곤 했다. 제목이 곧 본문 내용과 일치하니 수고스럽게 메일을 클릭해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ㅈㄱㄴ’ 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닌가? 자기들은 ‘냉무’라고 써 보낸 사람이 ‘ㅈㄱㄴ’라고 했다고 한숨을 쉬며 의사소통의 기본을 운운한다면 사고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격식에 맞지 않더라도 그것이 효율적이라면 수긍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은 친목단체가 아니고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업무 조직이므로 어느 정도는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나치게 형식만 강조해서도 안 된다. 미래세대가 직장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인간관계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직장 생활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게 만들 수 있다.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에는 익숙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는 서툴고, 인간관계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마저 대화에도 익숙하지 못한 미래세대를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무조건 미래세대에 맞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과거의 방식에 젊은 사람들을 맞추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무엇이 조직의 입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중립적인 입장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모두 pixabay.com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단, 그래프는 직접 만든 것이며 따라서 인용할 경우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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