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은 어떻게 삶을 망가뜨리는가?(3)

조바심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by 양은우

무기력과 우울증 등 정신적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조바심에 사로잡히면 일의 성과가 좋지 않게 나타날 뿐 아니라 자신의 재능이나 역량도 향상될 수 없다. 원하는 만큼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하고자 하는 일들이 뜻대로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감도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의지도 상실된다. 이러한 일들이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지속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기 비하와 무기력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 심한 경우 우울증 증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인해 안절부절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제한된 시간 안에 주어진 일을 마칠 수 없다고 느끼게 되면 지레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될 대로 돼라’ 하면서 자포자기의 심정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진작 서두르지 않았거나 손 쓸 수 없도록 상황을 방치해버린 자신에 대해 자책감을 느낄 수도 있다. ‘조금 더 일찍 서둘렀으면 됐을 텐데 게으름을 피우는 바람에…’ 또는 ‘평소에 좀 더 열심히 할 걸 너무 안일했어’라는 등의 비난이 자신 자신에게로 향할 수 있다.


심해지면 ‘나는 무엇을 해도 안 되는구나’ 또는 ‘나는 왜 늘 이 모양이지?’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자기 자신을 형편없는 존재로 보거나 쓸모없다고 느끼는 자기 비하가 늘어난다. 당연히 자신감을 잃게 되고 매사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자주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늘 기가 죽어 있다. 자존감 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더 나아가 무기력한 상태로 발전될 수도 있다. ‘어차피 안 될 텐데……’라는 생각이 사고를 지배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일이 잦아진다. 조바심이 실패를 부르고 실패가 반복되다 보면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는 부정적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자신에 대한 신뢰 상실로 분노를 느끼게 되고 심한 무기력감에 빠질 수 있다.


이는 학습에 의한 무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학습에 의해 무기력한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긍정심리학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마틴 샐리그만(Martin Seligman)에 의해 알려진 이론이다. 회피하거나 자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환경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극복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것이 학습된 무기력이다.


마틴 셀리그만은 24마리의 개를 8마리씩 3개의 집단으로 나누고 탈출할 수 없도록 철창을 두른 방에 가두었다. 이후 바닥을 통해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첫 번째 집단은 방 한쪽에 차단장치를 설치하였다. 개들이 손이나 코로 우연히 차단장치를 건드리게 되면 전기충격이 멈추게 한 것이다. 바닥에서 전기충격이 오면 개들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우연히 차단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반복적인 학습이 일어나면 다음에는 바닥에 전기충격이 오자마자 차단장치를 눌러 전기충격을 차단한다.


두 번째 집단은 아무런 차단 장치 없이 철창에 가두었다. 이 집단에 속한 개들은 바닥을 통해 전기충격이 가해지면 속수무책으로 그 고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고통스러운 순간을 그대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집단은 대조군으로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은 채 철창에 가두어 두기만 하였다.


24 시간이 지난 후 마틴 셀리그만은 실험 조건을 변경하였다. 이번에는 높은 울타리를 제거하고 탁구 네트처럼 낮은 울타리로 나누어진 두 개의 분리된 공간을 마련하였다. 한쪽 바닥에는 전기충격 장치를 설치하고 다른 쪽 바닥에는 아무런 장치도 설치하지 않았다. 바닥에서 전기 충격이 전해질 때 낮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앞서 실험한 세 그룹의 개들을 전기충격 장치를 한 한쪽 공간에 집어넣고 전기충격을 가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차단장치가 있었던 첫 번째 집단에 속해 있던 개들은 모두 낮은 울타리를 넘어 안전한 공간으로 대피하였다. 대조군으로 전기충격을 받지 않았던 세 번째 집단에 속해 있던 개들도 깜짝 놀라 안전지대로 옮겨 갔다.


문제는 두 번째 집단이었다. 철창에 갇혀 꼼짝할 수 없이 전기충격의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두 번째 집단의 개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손쉽게 고통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있던 자리에서 피할 생각도 없이 전기충격의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8마리의 개 중 2마리는 안전한 공간으로 대피하였지만 나머지 6마리의 개들은 대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마틴 샐리그만의 실험은 학습된 무기력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다 보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져도 그것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지레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조바심은 낮은 성과와 실패를 불러올 수 있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다 보면 자신감의 상실과 자신에 대한 분노, 더 나아가 자기 비하가 일어나게 된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무기력함에 빠질 수 있다. 무기력이 학습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무기력에 빠지게 되면 매사가 귀찮아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된다. 무기력이 단순히 무언가 하기 싫거나 귀찮게 여겨지는 정도라고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무기력은 심각한 정신적 질환 중 하나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치료사인 프랭크 미너스(Frank Minirth)에 따르면 무기력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탈진한 상태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고 지인과 사회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려고 하며 감정적인 허탈감에서 수반되는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24개 항목의 무기력 테스트 중에는 ‘매사에 자꾸 조바심이 생긴다’는 항목도 포함되어 있다.


프랭크 미너스와 마틴 샐리그만 모두 무기력을 방치하게 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기력이 오랜 되면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고 우울증은 무기력을 동반하게 되므로 상호 부정적인 연결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조바심이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자주 초조와 불안을 느낀다면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무기력이나 우울증 증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성적인 조바심은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이거나 병적인 공포와 불안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이 불안장애다.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범불안장애(GAD,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과잉 불안장애라고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불특정 한 불안감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지나칠 정도로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못하거나 입이 마르고 식은땀을 흘리거나 어지러움을 느끼는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신경이 예민하여 특별한 일이 없는 상황에서도 부정적 요소들에 현저하게 주의를 기울이거나, 부정적인 일이 일어난 확률을 과대평가하고 결과를 두려워한다. 반면 자신의 대처능력은 과소평가하는 등 부정적인 요소는 증폭하고 긍정적인 요소는 축소한다.

공포증(phobia)
고대 그리스어로 ‘소테리아(soteria)’는 극단적이고 비이성적인 기쁨을 의미한다. 반대로 ‘포비아(phobia)’ 는 병적이고 비이성적인 공포를 뜻한다. 공포증은 특수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이를 피하려는 증상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회 공포증(social anxiety)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공황장애
아무 이유 없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두려워지고 불안해서 호흡이 곤란해지고, 땀이 나거나 맥박이 늦게 뛰며 어지러움을 느끼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발작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 외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난 후 불안상태가 지속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분리불안 장애 등도 있다.


전 세계 인구의 5~7%가 이러한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무기력이나 우울증, 불안장애까지 발전하지 않더라도 육체적, 정신적인 측면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만성적으로 조바심을 내게 되면 만성 스트레스가 되고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솔과 같은 과다한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비만이 되거나, 면역시스템의 균형이 파괴되어 질병에 취약해진다. 사회적 관계 형성과 언어 활용에도 지장을 가져올 수 있는데 사소한 일에도 조급함을 드러내거나 감정조절장애 등의 증상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화가 많아지는 것도 만성적인 조바심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기분이 좋거나 편안한 상태에서는 화가 잘 나지 않는다. 전두엽이 최대한으로 가동되면서 외부의 압박감을 이겨내고 변연계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잘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초조하거나 불안함을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는 전두엽의 억제 기능이 떨어진다. 이미 많은 에너지를 변연계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평소라면 쉽사리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을 사람도 쉽게 화를 낼 수 있다.


영국 헐 대학교(University of Hull)의 과학자들은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위협에 직면하면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실험을 하였다. 일단의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한 후 컴퓨터를 통해 위협적인 이미지와 중립적인 이미지를 노출 시간을 달리해 가며 보여주었다. 그 결과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불안한 감정을 가졌던 사람들은 위협을 과대평가하고 공포감을 더 많이 표현했다.


심리학 용어 중 투사(projection)라는 것이 있다. 프로젝터에서 영상을 스크린에 비추는 것처럼 나의 감정상태를 다른 사람의 감정상태라고 여기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가를 싫어하면 상대방도 날 싫어할 것이라 여기거나, 자신이 불안함을 느끼면 다른 사람들도 불안함을 느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가슴에 담고 다니면 주위의 단서들을 잘못 인식하고 중립적인 자극에도 화를 낼 가능성이 많아진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언제든 화를 낼 준비를 하게 만들어 화를 낼 상황이 아니거나 위협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 분노조절장애 등의 증상으로 발전될 수 있다. 막히는 길에서 갓길로 끼어든 차량과 시비 끝에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극단적 상황도 이미 그 사람의 머릿속에 초조와 불안한 감정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참을성이 없이 쉽게 화를 내고 고함을 치는 사람들은 나이 들어서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삶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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