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조바심은 필경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지면 변연계가 활성화되고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태가 된다. 마치 바람이 꽉 차 손만 대도 펑하고 터질 것 같은 풍선과 같다. 내부의 부정적 에너지를 쉽사리 외부로 분출하게 되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거칠게 하거나 짜증을 내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초조함이나 불안함으로 인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 그 대상이 조바심을 일으킨 원인제공자가 아닐 경우가 많다. 애꿎은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는 대상이 없이 혼자 화가 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이성적이기도 하지만 감정적인 존재이기도 하므로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자주 짜증을 내는 사람을 좋아할 리 없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이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지만 짜증 받이가 된 사람은 기분이 상한다. 대개 사람들은 잘해준 것보다는 잘 못해준 것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다. 99번 잘해도 단 한 번 잘못하면 그간 들였던 공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단 한 번의 잘못으로도 ‘저 사람 왜 저래?’하는 태도로 바라보게 된다.
짜증이나 분노가 잦아지는 이유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해도 제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지하고 다스리지 못하면 상대방은 감정이 상한다. 만성적인 조바심에 시달리다 보면 그러한 일들이 잦아지게 되고 주위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피곤하게 만든다. 당연히 주위 사람들과 인간관계는 틀어지고 만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사소한 것으로 인해 좋아지기도 하고 틀어지기도 한다. 사소한 배려의 말 한마디가 인간관계를 좋게 만들기도 하고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공들여 쌓은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할 때 튀어나오는 말이 좋은 것일 리 없다. 의미 없이 툭 내뱉는 말일 수 있지만 상대는 감정이 크게 상할 수도 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줄 수 있는 관계라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대개는 나의 상황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주위 사람들은 피곤함을 느끼게 되고 궁극적으로 인간관계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의 특징은 대체로 조바심이 많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다가설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잘 차려 놓은 밥상을 발로 밟아 뒤집곤 한다. 한시라도 빨리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어 조급해하다가 오히려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고 떠나가게 만드는 일이 생긴다. 이를 연애 조급증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과 열정이 지나칠 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여유 있게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마음을 얻을 방법만 생각한다. 매번 상대가 좋아할 만한 비싼 선물을 안겨주거나, 혼자서는 감히 먹을 엄두조차 못 내는 고급 음식을 사주거나, 밤잠을 줄여가면서까지 먼 거리까지 데려다주는 등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그러면서 자신은 상대방을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상대방도 나에게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그런 마음이 들면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확인하려고 한다. ‘자기는 날 어떻게 생각해?’ 혹은 ‘자기한테 난 어떤 존재야?’라는 식으로 묻거나 ‘자긴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하면서 단정을 내려버린다. 만약 상대가 중요한 약속이나 일정으로 인해 만날 수 없게 되면 화를 내거나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쉼 없이 문자를 보내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곤 한다. 행여나 답장이 없으면 ‘얼마나 재미있길래 답장도 안 해?’라고 비아냥거리거나 ‘지금 OO에 있는 거 맞아?’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피곤할 텐데 일찍 들어가서 쉬라는 상대방의 배려를 내가 싫어 일찍 떠나보내려는 것으로 오해하고 ‘내가 일찍 갔으면 좋겠어?’라고 받아치거나 ‘자기 마음이 변한 것 같아’라며 섭섭함을 드러낸다. 심지어는 자기가 하는 만큼 상대방이 자신을 생각해주지 않는다며 ‘자기는 날 왜 만나?’하며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고 취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던가? 사람의 관계란 일시에 뜨거워질 수도 있지만 가마솥처럼 오랜 시간을 기다려 은근히 달아오르는 게 정상이다. 상대방의 생각은 하지 않고 혼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전력질주를 하면서 상대방이 내 페이스에 맞춰 쫓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너무 앞서 나가면 상대방은 페이스를 잃고 지쳐버릴 수 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가 풀려 따라갈 수가 없다. 일방적으로 앞서 나가는 상대방이 감당할 수 없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상대방에 대해 감정적으로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이 사람과는 같이 뛸 수 없겠다고 생각하고 관계를 끊어버린다. 지나치게 서두르는 마음이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쉽사리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간관계가 어그러진 최악의 모습은 고립되는 것이다. 조바심은 자기 자신도 피곤하고 힘들게 만들지만 주위 사람들도 덩달아 힘들게 만든다. 무슨 일을 하든 늘 초조해하고 불안해한다면 옆에 있는 사람도 그 감정에 전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데 누군가 한 사람이 시간이 빠듯하여 차를 놓칠까 봐 전전긍긍한다면 다른 친구들도 그 친구가 신경 쓰여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다.
이렇게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 안에 같은 감정상태에 빠져들 수 있는데 이를 ‘감정적 전염’이라고 한다. 하와이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일레인 해트필드(Elaine Hatfield) 등은 자신들이 쓴 『감정적 전염』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기분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킨다고 주장한다. 명랑하고 즐거운 사람 옆에 있으면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지만 침울하고 화가 난 듯한 사람 옆에 있으면 자신도 기분이 나빠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것이 모두 감정이 전염되어 나타나는 결과라는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바이러스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옆 사람에게 옮아갈 수 있는데 만일 감정에 전염된 사람이 평소 조바심을 내지 않는 사람이라면 의심이 들 수 있다. ‘이상하게 이 사람이랑 있으면 늘 기분이 안 좋아져’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일이 잦아지게 되면 자신이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유가 조바심을 내는 사람 때문임을 알게 되고 ‘그만 좀 해’ 라거나 ‘또 시작이냐?’는 식으로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초조와 불안의 마음을 드러내게 되면 옆에 있는 사람은 누적된 피로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만날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을 멀리 하려고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슬금슬금 피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주위에서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 스스로 고립되고 마는 것이다.
옳지 않은 수단에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원로 코미디언 중에 방송에서 자신의 결혼 과정을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던 사람이 있다. 짝사랑하던 사람이 있는데 자신의 고백을 받아들여주지 않자 어느 날 택시를 동원하여 강제로 납치를 하고 사흘 동안 감금한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이야기를 자신의 입으로 줄기차게 떠들고 다녔으니 웬만한 사람이라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그의 행위가 윤리적이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납치와 불법감금 등은 법의 처분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당사자는 그 일을 그냥 지나간 에피소드로 떠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강제로 원치 않는 결혼을 끌어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인 듯싶다.
알고 보면 이러한 잘못된 행동은 조바심에서 유래된 것이다. 마음이 편치 못하고 다급해지면 윤리적이지 못한 행동이나 심하면 불법적인 행위 등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 위에 소개한 이야기가 그러한 사례이다. 짝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초조함이 범죄행위도 마다하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지긋지긋하게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이 지나치게 서둘러 그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사기나 절도,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중 다수는 그러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큰 시험을 앞두고 결과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면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진급에 대한 조바심을 느끼면 윗사람에 대한 아부나 줄 서기를 넘어 금품수수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책을 빨리 내고 싶은 조바심에 시달리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책에서 베낀 내용으로 콘텐츠를 채울 수 있다. 종종 음악가들이 다른 음악가의 곡을 표절하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중의 기대는 큰데 좋은 악상이 떠오르지 않으면 서둘러 곡을 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다른 사람의 곡을 베끼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업의 안팎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초조하고 불안해하다 보면 동료의 실적을 가로채거나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인 양 포장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경쟁사보다 빨리 신제품을 내야 한다는 다급함에 사로잡히면 힘없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가로채거나 청탁이나 뇌물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
또한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지키지 않고 편법적인 프로세스를 취하도록 만듦으로써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리를 건설하는데 공기가 계획보다 늦어지면 시공사 측에서는 조바심을 느끼게 된다. 공기를 따라잡기 위해 정해진 공사 프로세스나 단일 작업에 소요되는 최소 필요시간을 무시할 수 있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감리 단체에 뇌물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모두 이런 이유로 인해 일어났다.
물론 조바심을 느낀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부정이나 불법 등 옳지 않은 유혹에 휘말린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것과 무관하게 정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지나치게 마음이 급해지다 보면 이성적인 판단의 끈을 놓쳐버릴 수 있다. 우선 일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히면 부정이나 불법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부정이나 불법도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쉽게 ‘번 아웃(burn-out)’ 된다
만성적인 조바심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여유 시간에도 편히 쉬질 못한다. 특별히 서둘러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하게 결과를 내야 할 일이 있는 것 아닌데도 평소 불안함과 초조함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모처럼 주어진 여유시간을 즐기지 못한다.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지내도 되는 건가?’하며 의심을 하거나 불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마음 놓고 쉬어도 좋을 시간에 조차 맘껏 쉬지 못하고 책상 앞에 앉아 있거나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딱히 하는 것도 없다. ‘쉬는 것도 흐지부지, 일하는 것도 흐지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맺고 끝는 것이 없이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시간만 축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식의 생활은 급격한 에너지 소모를 가져온다. 맺고 끊음이 명확하지 않으면 늘 긴장되고 쉽사리 지치게 된다. 무언가 한 가지 과제에 몰입하고 나면 적당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해야 하는데 마음이 불안하여 쉬질 못하니 몸도 마음도 쉽사리 피로를 느낀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게 된다. 내면에 있는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버린 것이다. 이를 번아웃(burn-out)이라고 한다. 연소 증후군 혹은 탈진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어서 그것이 모두 타 버리고 더 이상 내면에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다.
이 상태에 이르면 팽팽하던 줄이 더 이상 잡아당기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툭 끊어지는 것처럼 어느 한순간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삶의 의욕도 잃게 된다. 내면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의욕을 가지기도 어렵다. 억지로 일을 붙들고 앉아 있지만 능률도 오르지 않고 결과도 썩 좋지 않다. 결국 삶의 질 자체가 형편없이 나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만성적인 조바심에 빠지게 되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지게 된다. 인생을 조금 더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원하는 방향으로 살기 위해서는 인생에서 조바심이라는 불순물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제일 먼저 원인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병에 걸리면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할 수 있듯이 조바심도 원인을 찾아야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이제 조바심을 일으키는 원인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