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술찜의 재발견
요즘에는 비싸지 않은 요리 재료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바지락은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어서 그런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한 끼 정도 술안주나 밥반찬으로 사용한다면 5,000원 안팎의 적은 비용으로도 준비가 가능한 요리입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제가 먹어본 그 어떤 요리보다 맛에 있어서 만큼은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합니다. 프랑스의 대표 요리 중 하나인 에스카르고처럼 터무니없이 비싸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맛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좋은 듯합니다.
사실 바지락으로 만든 요리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대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별 기대도 안 할지도 모릅니다. 주위에서 너무 흔하게 구할 수 있고 실제로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 바지락 술찜을 먹어본 사람은 바지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이 요리를 만들기 전까지는 별 대단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바지락이 워낙 작다 보니 먹을 것도 별로 없고 그저 조개찜 정도의 맛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입 속에 군침이 돕니다.
살다 보면 종종 우리는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중요하다고 여기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제약 없이 접할 수 있는 공기, 아까운 줄 모르고 쓰는 물, 아무 생각 없이 밟고 다니는 길가의 잡초, 시끄럽게만 느껴지는 주위의 새소리. 우리는 너무나 풍족한 환경에 살면서 이것들을 쓰는데 제약조건이 없다 보니 정작 그것들 없인 살 수 없으면서도 그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쉽게 느끼지 못합니다. 물에 빠져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이라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잘 알게 될 겁니다. 힘들게 산 정상에 올랐는데 먹을 물이 없어서 몇 시간 동안 고통을 참으며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시원한 물 한 바가지를 들이켜는 순간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물 한 모금의 소중함을 느끼기 힘들 겁니다. 해마다 중국의 사막지대에서 불어오는 황사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주위의 잡초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학교뿐 아니라 직장에서조차 왕따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대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분위기를 주도해나가는 친구도 있고, 학급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부만 잘한다면 누구나 다 판검사나 의사가 되려고 할 것이고 사람들이 힘들다고 피하는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사회가 살기 좋게 될까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시켜도 제대로 못하고 말귀도 못 알아듣고 짜증 나게 만드는 부하 직원이라도 알고 보면 그 사람만이 가진 차별화된 재능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에 맞게 일을 시키는 것은 리더의 역할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바지락이 훌륭한 술안주로, 그리고 맛있는 밥반찬으로 재탄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요리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아마도 된장국처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요리였다면 바지락에 대해 이처럼 장황한 칭찬은 늘어놓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지락을 청주라는 재료와 만나게 하고 버터라는 첨가제를 넣어 정말 색다른 요리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바지락이라는 평범한 재료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 건 어디까지나 요리사의 몫입니다.
혹시나 가족들 중에 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까? 하는 짓마다 모자라 보이고 허점투성이에 마음에 들지 않아 꼴 보기 싫은 사람은 없습니까? 직장에서는 어떤가요? 친구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나요?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대다수는 다들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한 둘은 있을 겁니다. ‘쟤는 주는 것 없이 꼴 보기 싫다’는 말이 왜 나왔겠습니까? 그러나 반대로 입장을 바꾸어 그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여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필요한 지원을 다 해주었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을 피하려고만 하고 무조건 구박하려고만 했지 그들의 재능을 색다르게 써보고 기회를 주려는 노력은 기피하지 않았던가요?
말이 좀 거칠긴 합니다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차별화될 수 있는 재능이 있습니다. 인류의 삶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 중에서도 어린 시절에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문제아로 낙인찍혀 버려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집불통에 거칠고 다루기 힘든 밥벌레 헬렌 켈러가 세계적인 인물이 될 거라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주위를 둘러보세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리더의 입장에서는 부하직원을 탓하기보다는 그들이 재능에 맞는 일을 발견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권위만 앞세우고 야단만 치며 무시하기보다는 그들이 가진 본래의 재능을 어떻게 잘 살릴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훌륭한 리더이며 그 역할을 못하는 사람은 그저 연공서열만 높고 직급만 높은, 무능한 상사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바지락 술찜 만들기]
바지락은 소금을 푼 찬물에 담가 뻘을 제거해줍니다.
냄비에 식용유를 한 스푼 정도 두르고 다진마늘과 손으로 찢은 마른고추를 넣어 강한 불에서 볶아줍니다.
여기에 청주 한 컵을 부어줍니다(청주가 없을 경우 와인 등으로 대체 가능)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조개가 입을 벌리면 버터를 반큰술 정도 넣어줍니다(버터의 양은 조개의 양에 따라 가감)
버터가 녹을 때까지 잠시 뒤적여주다가 불을 끄고 다져놓은 파 등을 얹어내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