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조바심에서 벗어나기(2)

1단계 :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

by 양은우

1단계: 자신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조바심으로 인한 불안과 초조함 등을 방치하면 정신에너지가 불필요하게 고갈되어 내면세계가 피폐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조바심이 날 때 서둘러 그 감정상태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는데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를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정서상태, 의식상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 의식상태를 최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을 알아야만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무언가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야만 그에 맞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스스로 움츠러들어 방어적이 되거나 거꾸로 공격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주변 세계를 인식하고 상호작용하는데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화가 날 때 사실은 그 이면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신감이나 얄미운 마음 등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빙산처럼 수면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감정은 화이지만 수면 밑에서는 배신감이나 얄미운 마음이 숨어 있어 그것이 화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만드는 것이다. 화가 날 때나 배신감을 느낄 때, 얄미운 감정이 들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이렇듯 자신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정서 상태, 혹은 의식상태 등을 정확히 알아야만 그 감정을 통제할 수 있고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psychology-2706902_960_7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상태를 인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조바심이 나서 초조하거나 불안하거나 짜증이 나면 그때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짧게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어 ‘초조하다’ 거나 ‘불안하다’ 혹은 ‘짜증이 난다’ 등 짧은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조바심으로 인해 초조하고 불안해서 짜증이 난다’와 같이 길게 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상태만 드러날 수 있도록 짧게 이름을 붙인다. 감정상태를 길게 나열하면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감정이 더욱 자극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메모지나 노트에 적어본다.


메모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상태를 말로 표현해도 괜찮다. ‘화가 났어’, ‘초조해’, ‘불안해’ 등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많은 장소라면 자신만 들을 수 있게 조그만 소리를 말해도 괜찮다. 자신의 감정상태를 말로 하면 자신이 내는 소리를 스스로 들을 수 있다. 누군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상대방이 ‘짜증 나’, ‘초조해’, ‘불안해’ 등의 말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 순간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상대의 감정상태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짧게 쓰거나 말로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명명(labelling)이라고 한다. 아주 단순하지만 명명은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초조하거나 불안을 느끼거나 더 나아가 화가 나는 경우 두뇌의 에너지는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변연계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면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전두엽은 두뇌에서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변연계가 이끄는 감정에 휩싸여 버릴 수 있다.


이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상태나 정서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므로 변연계에게 잃어버렸던 주도권을 다시 전두엽으로 되찾아오는 일이기도 하다. 이 단순한 행위를 통해 다시 의식의 흐름을 감정적인 상태에서 이성적인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실제로 fMRI를 이용하여 뇌의 움직임을 촬영해보면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변연계의 활동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ace-1247955_960_7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주의할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났을 때 하는 것처럼 ‘아, 열 받아’나 ‘짜증 나’ 등 습관적으로 툭 내뱉듯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건 감정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감정상태를 그대로 외부로 드러내는 행동일 뿐이다. 이미 감정상태를 폭발시켰다는 말이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툭 내뱉기 전에 의식을 집중하여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주라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상태를 명확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지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유체이탈 상태처럼 자신의 밖에 서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감정조절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감정을 얼마나 느끼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예상할 수 있다. 이를 메타인지(meta-cognition) 의식이라고 한다. 메타인지란 초(超)인지 또는 상위(上位)인지라고 하는데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를 다른 사람으로 놓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마치 제삼자가 관찰하듯 상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다.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인지과정 자체를 인지하는 상위의 인지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메타인지는 학습적인 측면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메타인지라는 용어는 존 플라벨(John H. Flavell)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써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위권에 드는 학생들과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느냐 여부인데 이렇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이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메타인지 의식’이다.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조바심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의식, 전체적인 글의 구성과 흐름이 생각처럼 잘 풀려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의식, 글을 쓰면서도 생각이 너무 앞서거나 지나치게 비약된 것 같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 등이 메타인지 의식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상태, 의식 상태 등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 변화를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정확한 용어의 정의 차원에서는 메타인지가 자신의 감정상태의 변화를 인지하는 것을 일컫는 말은 아닐 수 있지만 자신이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의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메타인지라는 용어를 차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


순간적인 조바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1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조바심이 날 때 조바심을 없애기 위해 메타인지 의식을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한다.

2. 자신이 인지한 감정상태에 짧은 이름을 붙인다.

3. 자신의 감정상태는 ‘초조하다’, ‘불안하다’, ‘화가 난다’ 혹은 ‘짜증이 난다’ 등으로 짧게 붙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면에 드러난 것이 아니라 수면 밑에 있는 보다 솔직한 감정을 찾아 표현하는 것이다.

4. 그렇게 느낀 감정상태를 메모지나 노트에 짧게 기록하거나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한다.

5. 이를 통해 변연계에 빼앗긴 의식의 흐름을 전두엽으로 되돌림으로써 이성적 사고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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